[단독] "보고 있나 TSMC"…삼성, 테슬라·모빌아이 등 자율차 칩 고객 확보
자율주행차용 반도체의 진입 장벽은 다른 분야보다 높다. 차로 유지 등을 담당하는 반도체가 제 기능을 못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반도체기업들은 영하 40도, 영상 100도 같은 극한 환경에서 기술 검증을 받는다. 혹독한 테스트를 통과하고 국제 인증을 받아야 납품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수주가 ‘기술력의 쾌거’로 평가받는 이유다.

◆모빌아이 ‘EyeQ’ 수탁생산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모빌아이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칩을 생산한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는 주문을 받아 칩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빌아이의 주력 제품 ‘EyeQ’ 모델 중 5시리즈 이하 일부 물량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빌아이는 공장이 없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라서 칩 생산을 외부에 맡긴다. 지금까진 주로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가 수주했다. TSMC가 생산한 모빌아이 칩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같은 차량용 반도체 전문 업체들이 다른 칩과 패키징해서 보쉬, 현대모비스 등 완성차 1차 부품사에 납품한다.

◆삼성에서 만들면 AI 성능 20배 향상

모빌아이는 공급처 다변화를 모색했다. 차량용 파운드리 시장에서 꾸준히 실적을 쌓고 있는 삼성전자를 낙점했다. 모빌아이의 모회사인 인텔은 차량용 파운드리 실적이 일천해 애초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의 반도체를 생산한 실적을 갖고 있다. 2019년부터 1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에서 테슬라의 3세대 자율주행(FSD) 칩을 생산했다. 8㎚ 공정에서 4세대 FSD 칩 생산도 맡았다. 테슬라의 차세대 칩 수주를 놓고 TSMC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엔 자율주행 전문기업 암바렐라와 ADAS칩 ‘CV3-AD685’를 최첨단인 5㎚ 공정에서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칩은 카메라와 레이다(Radar)를 통해 입력된 운전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등 자율주행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한다. 삼성 관계자는 “CV3-AD685의 인공지능(AI) 성능이 20배 이상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자율차 신규 고객사 찾는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를 파운드리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계속 육성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중 시스템 반도체를 뜻하는 ‘로직 집적회로’ 시장 규모는 2022년 109억4700만달러(약 14조3400억원)에서 2028년 260억8000만달러(약 34조16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5·8·14㎚를 차량용 주력 공정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최첨단 칩 생산을 위해 4㎚ 공정도 활용할 계획이다.

차량용 반도체 물량은 현재 위축된 파운드리 시장이 살아나는 ‘반전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기술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용 반도체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며 “파운드리 공정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자율주행 차량 분야 신규 고객사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