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인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그 이유를 공무원이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게 1780개에 달하는 정부 규제를 재정비하도록 만들었다. 정부는 27일 “규제의 필요성을 공무원이 입증하지 못하면 이 규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규제 정부 입증책임제도’를 전 부처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에게 이 같은 건의를 한 주인공은 이종태 퍼시스 회장(사진)이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입증해야 하는 현재 방식보다 공무원이 왜 규제를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하게 하고 입증에 실패하면 자동 폐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절차상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명령으로 이뤄지는 규제 같은 경우는 정부가 더 선도적으로 노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곁에 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며 “일부 영역에서 시도해보겠다”고 거들었다.기재부가 시범적으로 외국환 거래, 국가계약, 조달 등과 관련한 272건의 규제에 입증책임제를 적용하니 30.5%인 83건은 공무원들이 규제가 왜 필요한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해당 규제는 저축은행의 해외 송금 금지, 조달 분야의 과도한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으로 기재부는 이를 폐지하거나 개선하기로 했다.정부는 규제 입증책임제를 전 부처로 확대해 부처별로 개선 민원이 많은 1774개 행정규칙을 올해 안에 정비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장 자격으로 기업들을 대신해 대통령에게 규제 개선 필요성을 건의한 것”이라며 “현장 건의가 정책에 반영돼 다행”이라고 말했다."규제 필요한 지 증명해보라"…31%가 필요없네!‘저축은행에선 왜 해외로 송금하지 못하게 정부가 막고 있나?’금융회사 외국환거래를 규제하는 기획재정부 담당 공무원은 이 질문에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르면 5월부터 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에 대해 해외 송·수금 업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기재부가 공무원이 규제 필요성을 직접 입증하도록 한 ‘규제입증책임제’를 시범 실시한 결과다.기재부는 외국환거래, 국가계약, 조달 등 3개 분야 소관 규제 272건의 필요성을 직접 입증한 결과 83건(30.5%)은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것으로 판단돼 폐지 또는 개선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모든 부처로 확산해 규제가 포함된 행정규칙 1774개를 연내 정비하기로 했다. “공무원이 규제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하게 해달라”는 이종태 퍼시스 회장의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다.기재부는 저축은행, 우체국, 단위농·수협에 대한 해외 송·수금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자산 1조원 이상인 21개 저축은행에는 해외 송·수금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증권사와 카드사의 해외 송금 한도는 건당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상향된다. 다음달 행정규칙 개정에 이어 이르면 5월부터 가능해질 것으로 기재부는 내다봤다.소액 해외송금업 자본금 요건은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완화된다. 소액 해외송금업자의 송금 한도는 건당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상향 조정된다. 환전영업자의 환전 한도도 늘어난다. 무인환전기기를 활용하는 경우 환전 한도는 하루 10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올라간다.국가계약 분야에서는 계약에 참여하는 기업의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기업이 신청하면 잔여 이행기간에 상관없이 선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지금은 잔여 이행기간이 30일 미만이면 선금 지급이 불가능하다. 또 선금을 전액 사용했을 때 사용내역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없애기로 했다.조달 분야에서는 과도한 입찰 참가자격 제한 규제를 폐지한다. 과거 입찰 때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회계연도 중 3회 이상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없앤다. 입찰기업 자금 부담을 고려해 입찰 때 보증금 대신 지급각서로 대체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정부는 기재부의 규제입증책임제 시범 실시 결과 상당수 규제 혁파가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모든 부처로 확산하기로 했다. 1단계로 부처별 총 480개 행정규칙을 5월까지 정비한다. 2단계로 나머지 1294개 행정규칙은 연내 정비를 끝내기로 했다.이태훈/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가구기업 퍼시스의 창업자 손동창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 손 회장은 1983년 퍼시스의 모태인 한샘공업주식회사를 설립, 국내 사무용 가구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퍼시스는 31일 손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고 발표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데 이어 회장직까지 내놓으면서 경영에선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손 회장은 퍼시스를 설립하기 전 한샘에도 몸담았다. 그러나 ‘가구업체는 제품을 직접 제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샘을 나와 독자적 길을 걸었다. 그는 ‘직접 제조’와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단기간에 퍼시스를 국내 사무가구 1위인 알짜 회사로 키웠다.신임 회장에는 이종태 부회장이 선임됐다. 이 신임 회장은 1985년 퍼시스에 입사한 샐러리맨 출신의 전문 경영인이다. 2009년 1월부터 퍼시스 대표로 일하고 있다. 한국가구산업협회 고문이사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서울상공회의소 상임의원,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이 신임회장은 “책임경영을 강화하면서 퍼시스 브랜드를 계속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창업자인 손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장남인 손태희 부사장의 승계도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2016년 부사장에 임명돼 그룹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손 부사장은 퍼시스의 ‘알짜 자회사’인 가구업체 일룸의 지분 29.11%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주회사인 퍼시스홀딩스의 지분을 증여받거나 퍼시스홀딩스와 일룸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손 부사장이 경영권을 승계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순천만정원박람회 개막식에 3만명 운집… 정원 경관에 감탄 생태도시로 유명한 전남 순천 도심 한가운데에 조성된 정원에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31일 정원박람회 개막식이 열린 '오천그린광장', '그린아일랜드'는 박람회 주제인 '정원에 삽니다'를 상징하는 장소다. 재해 예방시설인 저류지가 잔디 광장(오천그린광장)이 됐고, 아스팔트 도로는 잔디 길(그린아일랜드)로 변모했다.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정원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해 3만명의 인파가 이곳 잔디 광장에 모였다. 순천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푸른 잔디밭을 걸으며 정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돗자리, 담요, 캠핑 의자를 챙겨온 시민들은 잔디에 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순천 시민 김은종(54)씨는 "삭막했던 도로 등이 넓고 푸른 잔디 정원으로 변모했다는 게 신기하다"며 "순천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곳이 됐는데, 박람회 성공 개최에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광장 옆으로 흐르는 동천의 풍경이 운치를 더했다. 시민들은 개막 행사와 유명 가수들의 축하 공연, 화려한 폭죽쇼를 감상하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잔디 광장 바로 옆으로 흐르는 동천 위에 마련된 수상 특설무대에서 열린 개막 행사는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빙하 구조물을 형상화한 무대는 야간 경관이 더해져 아름다움을 뽐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 쉬고 있는 순천만습지의 탄생과 회복의 역사, 놀라운 생명력을 모티브로 한 개막공연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공식 행사가 끝나고 이어진 축하 행사에는 조수미, 박정현, 스테이씨, 프라우드먼, 크래비티 등 클래식과 K-POP 유명 가수들의 축하 무대가 펼쳐져 열기를 더했다. 참석자들은 수상 무대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공연을 보며 박람회 의미를 되새기고 성공을 기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