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 수준이 해외 기업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외 기업 디지털 전환 대응 역량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협회는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20일까지 515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해외 기업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참가 기업 중 123개를 선정해 응답을 받았다.

디지털 전환 수준은 크게 △준비 중 △도입 시작 △적용 중 △정착 △활발히 진행 중 등 5단계로 나눴다. 국내 기업 중에선 단 3.5%의 기업만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해외 기업은 이 비중이 23.6%로 비교적 높았다. 해외 기업 36.6%는 ‘정착’ 단계, 27.6%는 ‘적용 중’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한국 기업은 ‘적용 중’인 경우가 39.8%로 가장 많았고, ‘도입 시작’(26.0%), ‘준비 중’(22.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보다 1~1.5단계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격차는 1.5~2단계로 더 컸다. 대기업 43.1%가 ‘디지털 전환이 어느 정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답한 반면 중견기업(49.0%) 중기업(46.3%) 소기업(44.3%)은 대다수가 ‘시작은 했으나 진행이 더딘 편’이라고 답했다. 디지털 전환 전담 조직·인력 보유 여부도 대기업에선 60.8%에 달했으나 중견기업 44.8%, 중기업 44.2%, 소기업 55.7%는 대비가 미흡한 상황이었다. 협회는 “자본·정보 격차로 인한 양극화 심화로 기업들은 이중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의 최대 애로 사항은 ‘자금 부족’(60.0%)으로, 정부의 최우선 지원 분야는 ‘금융 지원’(40.8%)이 꼽혔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