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분할, 마윈 창업주가 설계했다
중국 공산당을 비판한 뒤 잠적을 감췄다가 1년 만에 나타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알리바바의 그룹 분할 결정을 해외에서 설계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간)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마윈이 최근 수개월간 전화 통화를 통해 장융 알리바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에 회사 분할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마윈은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중국 시장에서 회사 분할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민첩성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알리바바가 회사 분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마윈의 노력이 있었다며, 마윈이 당국과의 불화 속에 2019년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막강한 사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장융 CEO는 임직원에게 배포한 서한을 통해 회사를 6개 독립 사업단위로 재편하는 창사(1999년) 이래 최대의 조직 개편 계획을 공개했다.

6개 그룹은 각자 이사회를 설치해 그룹별 최고경영자(CEO) 책임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장 회장은 설명했다. 앞으로 상장 조건을 갖춘 그룹은 독립적으로 기업공개(IPO)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당국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견제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직 개편은 중국 당국의 지지를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SJ은 마윈이 1년여 만인 지난 27일 중국에 돌아온 지 하루 만에 알리바바의 구조 개편이 발표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면서 마윈이 중국 당국과 모종의 합의를 이룬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마윈은 지난주 자신의 저택이 있는 홍콩에 머물렀고 이번 주에는 당초 일본에 갈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중국 항저우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끝난 뒤인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당국이 은퇴한 공산당 관리와 재계 인사를 통해 마윈에게 돌아와 중국 발전에 기여해 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책임자를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학 교수는 "중국 정부가 마윈을 통해 유명 경제인의 귀환을 환영한다는 점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중국분석센터를 이끄는 징취안은 마윈도 훌륭한 협상가라면서 그가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는 중국 정부의 야심 찬 계획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이끌며 중국 정보기술(IT)업계의 일인자로 승승장구하다 2020년 10월 중국 금융당국을 강도 높게 비판한 뒤 중국 당국의 미움을 사 주로 해외에서 머물렀다.

알리바바는 이 기간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을 취소했으며, 2021년 4월 28억 달러(약 3조6천200억원)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는 등 당국의 고강도 압박을 받아왔다.

알리바바의 6개 독립 사업단위 중의 하나인 물류그룹 차이냐오 네트워크 테크놀로지(차이냐오)가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차이냐오가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씨티그룹 등과 함께 홍콩증시 IPO 준비에 들어갔으며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차이냐오의 기업가치는 200억 달러(약 25조9천억원)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