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롯데마트 소매 1호점인 자카르타 간다리아시티점에서 현지인들이 생활필수품 쇼핑에 한창이다.  /자카르타=이미경 기자
인도네시아의 롯데마트 소매 1호점인 자카르타 간다리아시티점에서 현지인들이 생활필수품 쇼핑에 한창이다. /자카르타=이미경 기자
“암 쏘 핫 난 너무 예뻐요. 암 쏘 쿨 난 너무 멋져.” (원더걸스 ‘쏘핫’)

30일 찾은 인도네시아의 롯데마트 소매 1호점인 자카르타 간다리아시티점. 이곳에선 원더걸스의 2008년 히트곡 쏘핫이 흘러나왔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연면적 6777㎡ 규모의 이 매장에서 ‘불닭볶음면’ ‘신라면’ ‘밀키스’ 등 한국 가공식품들을 집어들기 바빴다.

김밥, 떡볶이, 양념치킨 등 ‘K푸드’ 판매대 앞도 북적였다. 히잡(이슬람 여성이 머리 등을 가리기 위해 두르는 천)을 쓴 여성들이 없었다면 한국의 여느 롯데마트 점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롯데의 동남아 공략

印尼 롯데마트 'K푸드 열풍'…히잡 쓴 주부들 지갑 열었다
현지인들로 북적거리는 이 점포는 롯데마트의 동남아시아 공략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롯데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공략에 한창이다. 젊은 인구가 많은 데다 경쟁력 있는 현지 유통업체가 없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마트는 2015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 2018년엔 중국 사업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동남아는 중국에 비해 지정학적 여건 변화에 따른 위험성이 적어 중국 시장을 대체할 적임지로 지목됐다.

롯데마트의 동남아 사업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건 인도네시아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매출은 총 1조804억원으로 롯데마트 동남아 사업 매출의 73.4%를 차지했다.

○도소매 시너지 노려

현지 소매상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매마트 시장 점유율도 46.0%로 1위다. 인구 50만 명 규모의 중대형 도시에는 90% 이상 출점했다. 인도네시아는 화산섬이 많은 지형적 조건과 현지 인프라 사정으로 중간 유통업자가 도매점포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소매점포로 전달하는 시스템이 발달했다.

작년부터는 도소매 법인의 상품 조직을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도매점포를 ‘롯데쇼핑 인도네시아(LSI)’라는 법인으로, 소매점포는 ‘롯데마트 인도네시아(LMI)’라는 법인으로 별도 운영하고 있다.

법인이 달라 제품 소싱도 따로 진행해왔다. 작년부터는 이를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신선식품·비식품 상품 조직은 이미 통합이 완료됐다. 향후 가공식품 조직도 합칠 예정이다.

○‘K컬처’ 앞세워

이곳에서 롯데마트의 소매점 출점 핵심 전략은 적극적인 K컬처 활용이다. 인도네시아 소매점포를 ‘K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꾸민 데엔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높은 점을 반영했다.

K문화의 핵심에는 ‘K푸드’가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점포에서 판매할 한식을 연구개발하는 푸드이노베이션랩(FIL)을 출범했다. 이후 델리코너의 K푸드를 강화하자 간다리아시티점의 전체 매출은 50% 불어났다. 또 다른 축은 자체브랜드(PB) 상품 강화다.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은 2016년부터 PB 상품을 개발해왔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PB 품목 수(SKU)는 1000개에 달한다.

베트남 진출 초기(2010년)엔 전체 매출의 1%에 불과했던 PB 상품 매출 비중이 지난해에는 15%까지 높아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지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직진출했기 때문에 현지 시장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며 “동남아에서 빠르게 점포 수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