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위법 행위 발생하면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고발"
"노조원에 현장 철수 지시하고 건설사 '일감 달라' 압력 행사"
공정위, 건설노조 지부에 과징금 1.7억원…"일감 독점하려 횡포"
공정거래위원회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건설사에 비노조원과의 거래를 거절하도록 강요한 행위 등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6천9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공정위는 "구성 사업자, 구성원이 아닌 사업자, 건설사에 대한 사업자단체의 횡포를 제재한 것"이라며 "같은 위법 행위가 발생하면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부산건설기계지부는 2021년 5∼6월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3단계 제1공구 조성 공사를 맡은 A 하도급 건설사에 건설노조 소속이 아닌 건설기계 사업자를 현장에서 배제하고 지부 구성원의 기계를 100% 사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부는 4일간 A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A사의 계열사가 시공 중인 다른 현장에서 43일간 레미콘 운송을 중단해 이를 관철했다.

부산건설기계지부는 작년 2월 부산 부암지역 주택조합 공동주택 신축 공사 현장에서도 현장을 봉쇄해 장비 투입을 막고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는 등 B 건설사를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B사는 당초 부산건설기계지부 소속 사업자와 계약을 맺었는데, 이들이 약속 미이행 등을 이유로 굴착기 운행을 임의로 중단하자 건설기계연명사업자협의회 소속 5개 대여업자와 새로 계약을 맺었고, 부산건설기계지부가 이에 반발해 집회 등을 연 것으로 전해졌다.

B사는 결국 부산건설기계지부 소속이 아닌 사업자의 장비 배제, 지부에 장비 배차권 부여, 건설기계 임대료 단가 인상 등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협약을 맺었다.

공정위는 "지부는 일감(건설기계 대여)을 독점하기 위해 건설사에 비구성 사업자의 현장 배제(거래 거절)를 요구하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부산건설기계지부는 2019년 부산 북항 오페라하우스 건설 현장에서 영업하던 노조 소속 지게차 기사 C씨를 억지로 철수시키고 이후 '조직의 질서를 훼손했다'며 제명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성원이 2개 현장의 일감을 따면 이 중 하나는 지게차 지회가 관리를 맡아 다른 구성원 등에 배분하는 것이 내부 규칙인데, C씨가 현장 철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부는 C씨가 독자적으로 확보한 현장에 지부 간부를 투입했다.

공정위는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울릉지회가 건설기계 임대 단가를 결정해 구성원들에게 고지한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규정을 적용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작년 12월 말(과징금 1억원)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당시 건설노조가 사업자단체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으나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거쳐 "지부 구성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인정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이지만 사업자의 지위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노동조합 여부와는 별개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라고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부산건설기계지부의 행위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현재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과 관련한 다른 건설 현장 위법 사건도 다수 조사 중이다.

검찰과 경찰도 건설 현장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