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2차 전지, 즉 배터리가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주가 만큼이나 몸값도 올라 직원 평균 임금이 1억원을 돌파했고, 사장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임원도 있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IT나 금융 회사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직급에 따라 연봉을 받는 것 아닌가요?

<기자>

국내 배터리 1위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사업 보고서를 분석해 봤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표이사 부회장인 권영수, 밑으로 김명환 사장이 있죠.

그런데 변경석 전무가 사장보다 높은 12억 8,9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습니다.

금융사, 특히 증권사는 수익에 따른 기여도로 보수를 책정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제조업에서는 이례적이죠.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에서도 "특이한 사례다", 이런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변경석 전무가 하는 일을 자세히 살펴 보면 해답이 있습니다. 변 전무의 직책은 CDO입니다.

CDO, 그러니까 최고디지털책임자인데요. LG에너지솔루션의 모든 '디지털 전환'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초 변 CDO를 영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큰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미국 유력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 출신인 변 CDO는 엔비디아에서 5명에 불과한 '핵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였는데요.

자율주행차, 산업용 인공지능(AI), 클라우드 AI 등 엔비디아의 기술 개발을 이끈 것으로 알려집니다.

높은 급여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이 변경석 전무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앵커>

LG에너지솔루션이 왜 변경석 CDO 같은 디지털 전문가가 필요한 건가요?

<기자>

원래 LG에너지솔루션에는 CDO라는 직책이 없었습니다. 변 CDO를 영입하면서 신설한 건데요.

바로 '스마트팩토리' 때문입니다.

권영수 부회장이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올해 추진 전략 중 하나로 '스마트팩토리 구현'을 꼽은 바 있죠.

스마트팩토리는 디지털이 핵심입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기획부터 생산, 검사까지 하는 고도화된 공장을 말하죠.

모든 공정의 데이터 화로 화재 위험을 차단하고요. 불량률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고 자산이 수율에 있다고 평가합니다.

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이 타사 대비 높은데 바로 이 수율을 결정 짓는 것이 스마트팩토리입니다.

스마트팩토리에서 AI의 힘을 빌려 공장 가동률과 수율을 더 끌어올리게 되는데, 그 핵심 역할을 CDO가 맡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최근 신규 채용도 대부분 스마트팩토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율이 타사보다 안정화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율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기자>

2차 전지 사업 자체가 아직까지 수익성이 높지 않죠. 보시는 것처럼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집니다.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은 높이고 불량률은 낮추는, 수율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배터리 공장은 똑같은 생산 라인을 깔아도 근무자의 숙련도에 따라 수율이 들쭉날쭉한데요.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해외 공장을 계속해서 짓고 있는데, 현지 인력 확보가 어렵다 보니 수율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특히 여기에 대규모 투자, 즉 천문학적 자금이 계속 투입되는데요. 수율이 떨어진다면 자칫 회사 전체의 수익성 악화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권영수 부회장은 2021년 GM의 볼트EV 배터리가 리콜됐던 당시 LG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배터리 셀 업체의 고객은 글로벌 완성차입니다. 이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만들기 때문인데요.

당시 1조 4,000억원 가량의 리콜 비용을 부담했던 만큼 품질 제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LG에너지솔루션 외에 다른 배터리 회사들도 상황은 비슷할 텐데요

<기자>

SK온도 최근 CDO 칙책을 신설하고 이강원 SK텔레콤 클라우드기술 담당을 영입했는데요.

후발 주자인 SK온은 상대적으로 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마트팩토리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파악됩니다.

삼성SDI 역시 천안 공장에 스마트팩토리를 운영 중인데, 글로벌 생산 기지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배터리 3사 모두 북미, 유럽 등으로 거점을 확대하는 만큼 스마트팩토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팩토리 도입이 더 절실한 이유는 시장 성장세에 맞춰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해외 진출이 본격화하는 올해부터 인력난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과의 산학 협력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해외 공장 증설에 따라 헝가리, 폴란드어 같은 어문학 인재까지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죠.

해외 업체들까지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한국 인재를 영입하다 보니 이에 맞춰 배터리 3사의 연봉 수준도 지난해 크게 높아졌습니다.

1인 평균 급여액이 1억 700만원에 달하는데요. 삼성SDI는 전년 대비 5.5%, LG에너지솔루션은 10% 가량 연봉을 인상했습니다.

지난해 적자였던 SK온은 성과급을 주지 못하자, 직원 이탈을 우려해 거액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김민영, CG: 유지민


이지효기자 jhlee@wowtv.co.kr
주가 만큼 높다…K-배터리 수율 해결사 '몸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