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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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허가(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원전은 고리 원전 2호기뿐이 아니다. 현재 국내 원전 25기 중 2030년까지 운영허가 만료를 앞둔 원전만 고리 2호기를 포함해 10기에 달한다. 특히 이 중 6기는 문재인 정부 때 계속운전 신청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운영허가 기간 종료 후 일정 기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에너지업계는 보고 있다.

○줄줄이 운영기간 만료 예정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30년까지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 10기 중 고리 2호기(만료일 올해 4월 8일)를 포함해 고리 3호기(2024년 9월), 고리 4호기(2025년 8월), 한빛 1호기(2025년 12월), 한빛 2호기(2026년 9월), 월성 2호기(2026년 11월) 등 총 6기는 지난 정부에서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할 수 있었다. 당시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은 이르면 운영허가 만료 전 5년 전부터, 늦어도 2년 전부터 계속운전을 신청하도록 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文정부 때 원전 수명 연장 '골든타임' 놓쳐…3년내 6기 멈출판
산업부와 한수원은 지난해 ‘탈원전 백지화’를 내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원전 계속운전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에는 계속운전 신청 기간을 기존 허가 만료 2~5년 전에서 5~10년 전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6기의 원전은 가동 정지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지난해 4월 한수원이 연장 절차에 들어간 고리 2호기뿐 아니라 9월 연장 절차를 시작한 고리 3·4호기도 설계수명 만료 전 가동연장 절차를 끝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 상당한 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한수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운영허가가 종료되는 10개 원전의 발전량은 지난해 기준 6만2278GWh에 달한다. 이는 전체 원전 발전량의 35.9%에 달한다. 이들 10개 원전의 연간 발전량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20조원에 가까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안전성만 확보되면 연장이 대세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전력 소비량과 세계적인 탄소중립 움직임에 발맞추기 위해선 한국도 원전 계속운전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도 원전 운영허가 연장은 대세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그동안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된 원전 252기 중 233기(92.5%)가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대상으로 따져봐도 441기 중 230기가 한 차례 이상 계속운영 허가를 받았다. 안전성만 확보되면 최초 설계수명보다 더 오래 가동하는 게 일반적인 것이다. 이 때문에 원전 운영허가 연장은 노후 원전의 수명을 억지로 연장하는 게 아니라 정기 검사·보수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80년까지 원전 운영이 가능하고 40년 넘게 가동 중인 원전만 50기에 달한다. 일본도 원전 운전기간을 최장 60년으로 연장한 상태다. 반면 현재 한국의 원전은 설계수명이 기껏해야 40년이다. 지금까지 운영연장 허가를 받은 곳은 고리 1호기 한 곳뿐이다. 고리 1호기는 2007년 최초 운영허가 기간 만료 후 10년간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영구 정지됐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속운전 허가 절차가 지연되면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며 “우리나라는 전력 수요가 많은 만큼 계속운전 절차를 밟아 원전 가동 중단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