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증권 vs 상품 논쟁 파헤쳐보기 [한경 코알라]
암호화폐 증권 vs 상품 논쟁 파헤쳐보기 [한경 코알라]
3월 29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무료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


지난 1분기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증권성 여부가 가장 큰 화두였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및 법무부 등 규제기관들이 가상자산을 두고 증권인지, 상품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쳤다. SEC와 미국 뉴욕주 검찰은 하위테스트를 근거로 지분증명(PoS) 방식의 토큰, 스테이킹 서비스, 중앙화 거래소 및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에 대해 증권성을 주장하거나 이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였다. 반면 CFTC는 이더리움 및 스테이블 코인 등이 증권이 아니며 상품거래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함을 강조했다. 지난 27일에는 세계 최대 규모 중앙화 거래소 바이낸스를 미등록 파생상품 제공 혐의로 고소했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두고 SEC와 CFTC의 파워게임은 현재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금융당국이 토큰증권(ST) 허용을 밝히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 이슈가 주목받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어떤 가상자산을 증권성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 요구가 커졌고 관련 논의도 지속되고 있다.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특정 가상자산이 ‘증권 또는 상품이다’라는 방식의 이분법적 구분 짓기보다, 토큰 증권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가상자산이 전통금융이나 자산과 어떻게 구분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가상자산이 갖는 혁신성, 즉 본질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토큰증권 = 증권(Security)이라는 주장

토큰증권부터 들여다보자. 지난달 6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토큰증권(ST) 발행 및 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에 따르면 토큰 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자본본시장법상 증권은 내국인 또는 외국인이 발행한 금융투자상품으로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으로 구분된다. 현재 금융당국은 토큰증권과 관련해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등 기존 법안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토큰증권의 혁신성을 끌어낼 수 있을지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흔히 토큰 증권의 취지를 “쪼개서 팔아, P2P로 거래할 수 있게 함”을 얘기한다. 이는 이미 6년 전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이라는 이름으로 개념화된 바 있다.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은 온라인 펀딩포털 등을 통해 창업기업 등이 발행하는 채무증권, 지분증권 및 투자계약증권의모집 또는 사모에 관한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논의 중인 투자 계약 증권의 토큰화의 경우, 공동 사업에 대한 자금 조달 수단(Investment Vehicle)으로 ST를 활용한다는 취지인데, 이는 본질적으로 주식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또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 사례와 같이 소액 응모 방식 등을 채택할 경우 모집 금액의 규모상 한계가 있으므로 자금 조달의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굳이 토큰증권이라는 수단(Vehicle)을 선택할 유인이 없다.

따라서 기대가 되는 영역은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을 토큰화하는 방향이다. 특히 비금전 자산 중, 블록체인상에 기록하기 적합한 자산군이 토큰 증권화하기 적합할 것이다. 일례로 데이터의 자산화가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의 자산화에 관한 논의는 이미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는데, 사용자가 웹 공간에서 체류하며 남긴 금융 및 개인정보 관련 수동형 데이터(passive data)에 대한 재산권을 다룬 마이데이터법이나,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창조해낸 콘텐츠 등 능동형 데이터 (active data)에 대하여 리워드를 제공한다는 창작자 경제(Creator Economy)의 취지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렇듯 웹 상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수집되는 새로운 종류의 비금전 자산이 토큰 증권화되는 형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토큰 증권은 분산원장에 등록하기 적합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본래 블록체인은 거래 계약 (transaction)에 관한 정보를 취급하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다. 이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누구나 계약의 내용을 일정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하며, 그 이행(Execution)을 가상머신(Virtual Machine)을 통해 자동화한다. 따라서 이는 복잡성 높은 계약의 체결 및 이행에 필요한 행정적 비용을 컴퓨터 공학을 통하여 절감한다는 강점을 갖는다. 다만 이 강점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스마트 컨트랙트의 민법이나 형법 상의 효력에 대한 논의도 정립돼야 하는 과제가 있다.

가상자산 = 상품(Commodity) 일까?

그렇다면 증권성이 아닌 가상자산은 모두 상품(Commodity)인가. 상품은 제3자와 교환되어 타인의 물질적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실질적 가치(Utility)를 지닌 유 무형의 재산으로 정의된다. 이 정의에 근거해 상품으로서 가상자산을 정의할 때 기존의 상품과 다르게 수행할 수 있는 본질적 역할이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한다. 이 설명을 돕기 위해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를 포함한 인프라(Infrastructure) 레이어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종류의 응용 상품(Application) 레이어를 중심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우선 인프라 레이어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여러 응용 서비스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인프라 레이어 기반 가상자산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보안(Security), 탈중앙성(Decentralization) 및 확장성(Scalability) 등을 들 수 있다.

해당 세 가지 지표는 블록체인 트릴레마(Trillemma)에서 다루는 것으로, 블록체인 프로토콜이 위 세 가지 특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으며 셋 중 하나의 자질은 일반적으로 포기해야 하므로 생기는 문제를 의미한다. 이에 인프라 레이어 관련 가상자산의 실질적 가치는 해당 생태계 확장 정도뿐만 아니라 트릴레마 개선 등의 내재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블록체인 응용상품(Application) 레이어에 포함되는 가상자산으로는 대개 특정 서비스 플랫폼에서 사용성을 지닌 것으로, 일례로 게이밍 서비스 및 메타버스 등 가상 세계 전용의 디지털 컬렉터블(NFT)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사용자에게 디지털 환경에서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효용을 제공한다.

실제로 다양한 DApp(블록체인 기반 앱) 중에서도 새로운 유형의 오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가 다수 등장한 바 있다. 이들은 이용자가 해당 가상 공간에 체류하며 NFT나 가상자산 등을 소유하고 싶게끔 구체적인 즐거움을 제공함으로써 해당 디지털 자산의 실질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즉,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의 실질적 가치는 사용성에 가깝다.

가상자산, 새로운 혁신 수단으로 바라봐야

현재 국내에서는 토큰 증권의 제도화와 더불어 디지털 자산법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디지털 자산을 법적 테두리 내에서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이같은 형태의 가상자산을 기존 자산에 빗대어 편입시키기 앞서 새로운 혁신 수단으로 변화하는 큰 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가상자산만의 역할(job)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며 이후 이를 기반으로 관련 합의 및 세부 법제의 마련이 이루어지는 게 적합한 순서다. 증권으로서든 상품으로서든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기에 기존 자산과는 다를 수 있는 지점(Why Blockchain?)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크로스앵글은…

크로스앵글은 크립토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 '쟁글' 운영사다. 쟁글은 글로벌 가상자산 공시, 평가와 더불어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 투자 산업의 트렌드를 보여주기 위해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