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된 은행 위기의 공포가 느닷없이 토스뱅크를 덮쳤다. 주말 사이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위기설에 휩싸이자 국내에선 불안감이 커진 일부 투자자와 예금자가 신생 은행인 토스뱅크로 눈을 돌린 것이다.

토스뱅크는 “자금난에 대비한 고유동성 자산 비율이 시중은행의 여덟 배 이상”이라며 위기설을 일축했다.

위기설의 도화선이 된 것은 토스뱅크가 지난 24일 내놓은 ‘먼저 이자 받는 예금’이다. 만기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가입과 동시에 이자를 먼저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최대 10억원을 6개월 동안 맡기면 세전 이자 1764만원을 바로 출금할 수 있다. 토스뱅크는 “이자를 재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달랐다. 잇달은 은행 위기 한복판에 이런 상품이 나오자 “혹시 유동성 확보가 급한 게 아니냐”는 불안이 번졌다.

토스뱅크는 27일 진화에 나섰다. 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이 833.5%로 전혀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LCR은 대규모 자금 인출이 벌어져도 문제가 없도록 은행이 단기 부채에 대비해 쌓아놓는 고유동성 자산(현금·국공채 등) 비율이다. 현재 5대 은행 LCR은 100% 수준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사후 지급에 비해 이율 차이는 0.062%포인트에 불과하다”며 “요구불에 집중된 수신 구조를 정기예금으로 분산하려는 의도도 있어 출시한 상품인데 시장이 불안하다 보니 생긴 해프닝 같다”고 했다.

작년 9월 2385억원에 달했던 토스뱅크의 유가증권 평가손실은 현재 600억원대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뱅크는 총자산의 64%를 국공채로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자산의 55%를 장기채에 투자했다가 현금화 과정에서 확정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한 SVB와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다는 우려를 샀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