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이후 국내 금융권에서도 유동성·건전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2011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겪었고, 지금도 고위험 PF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업권이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는 과거 부실 사태 이후 고강도 PF 대출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다른 업권보다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반박했다.

'PF 약한고리'로 지목된 저축은행…"고위험 PF비중 높아" vs "자기자본 20%룰 적용"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중 고위험 PF 사업장 비중은 29.4%로 은행(7.9%) 여신전문금융회사(11.0%) 보험사(17.4%) 증권사(24.2%)보다 높다. 전체 부동산금융 중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와 후분양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85%, 65%에 이를 정도로 금리 급등에 취약한 구조다.

다수 사업장이 시공능력 200위권 밖 시공사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1.2%에서 작년 9월 2.4%로 두 배로 뛰었다. PF 대출 규모도 2020년 말 6조9000억원에서 2021년 말 9조5000억원, 작년 3분기 10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저축은행업계는 금융업권 중 가장 깐깐한 PF 대출 감독과 규제를 받고 있어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은 현재 총여신의 20% 한도로 PF 대출을 취급할 수 있고, 사업자금 2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차주에게만 대출을 내줄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저축은행 PF 대출의 선순위 비중은 97%에 달한다. 같은 2금융권인 캐피털업계가 중·후순위 비중이 50% 이상인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의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 고객 위주이던 SVB와 달리 저축은행은 개인 고객 비중이 높다. 한신평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5000만원 이하 예금 비중은 작년 6월 기준 72%로 대다수가 예금자보호 한도 안에 있다. 고객 수로 따지면 5000만원 이하 예금자 비율은 96.7%다. 작년 말 기준 유동성 비율이 감독 규정(100%)을 크게 웃도는 177.1%에 달해 혹시 모를 예금 인출 수요 등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저축은행업계의 설명이다. 유동성 비율이란 향후 3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같은 기간 갚아야 할 부채로 나눈 값이다.

반면 요구불예금 등 핵심 예금 비중이 7%로 매우 미미하고 충성 고객이 많지 않다는 점은 잠재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 유입으로 5000만원 초과 고액 예금 비중이 최근 몇 년 새 증가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전반에 걸쳐 모바일 뱅킹이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이 특히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