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A1 자주포. 연합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A1 자주포. 연합뉴스
국내 방위산업체들의 ‘수출 신화’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 각국이 앞다퉈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K방산업체는 고품질 무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납기 지연 없이 공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도 올해 수출 목표를 역대 최대인 170억달러 이상으로 잡고 수출 붐 조성을 위한 총력 지원에 나섰다.

K방산 연이은 ‘수주 잭팟’

"韓 방산이 최대 승자"…K9·천궁 수주 잭팟 '빅4 실적'도 날았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지난해 줄줄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9 자주포를 폴란드에 수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 6조5396억원, 영업이익 3753억원을 거뒀다. 각각 전년 대비 18%, 36% 증가했다. LIG넥스원도 천궁-Ⅱ 매출 호조 덕에 179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84.3% 급증한 수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종전 기록을 갈아치우진 못했지만 영업이익이 14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불어났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치를 작년(2조5623억원) 대비 37.3% 많은 3조8253억원으로 정했다.

방산업체 실적이 급증한 건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산업계 수출액은 170억달러(약 22조원)로, 역대 최대였던 2021년(70억달러)의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정부는 올해도 수출 호조세가 지속돼 지난해를 웃도는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KAI는 지난 2월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FA-50 18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폴란드로부터 124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따낸 지 5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가성비·고품질·정시성 강점

국내 방산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 납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로템은 최근 폴란드에 K2 전차 5대를 예정보다 3개월 앞당겨 납품했다.

폴란드 외에도 헝가리, 불가리아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국방비 증액, 무기체계 현대화 등의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출 영토는 더 넓어지는 추세다. 동남아에서도 과거 최대 무기 공급원이었던 러시아산 무기가 급감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러시아산 무기의 성능이 좋지 않다는 게 입증됐고, 이에 따라 한국이 최대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러시아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동남아에서 중국의 무기 판매액은 5년 전에 비해 40%(2021년 기준) 줄었다.

방산 수요가 많은 유럽·중동 지역으로의 직접 진출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상반기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현지 진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에 바르샤바 지부를 추가로 설립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해외 지사를 열었다.

K방산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일부 지역에선 전통적 군사 강국인 독일과의 맞대결 구도도 형성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육군의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IFV) 수주를 놓고 독일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출 계약은 최종 타결되기 전까지는 ‘살얼음판’이라고 말할 정도로 변수가 많다”며 “추가 수주를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