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등' 시동…롯데百, 강남점 싹 바꾼다
연내 문 닫고 전면 리뉴얼 계획
본점 영플라자 등 4500억 투입
최근 아르노 LVMH 회장 만나
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유치 관심
○‘백화점’ 대신 ‘오십화점’

지하철 수인분당선 한티역에서 걸어서 5분 이내 거리에 있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1986년 그랜드백화점 강남점으로 문을 연 점포다. 롯데백화점이 2000년 인수했다. 강남점은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우·선·미(우성·선경·미도)’ 등 부촌(富村)을 배후로 두고 있다.
하지만 점포 규모가 작고, 낡아지면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물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의 경쟁에서도 한참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백화점이 휴점 후 전면 리뉴얼이라는 파격적인 시도에 나선 배경이다.
업계에선 이번 리뉴얼을 통해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강남 1등 점포’ 프로젝트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말부터 롯데백화점을 이끄는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1등 백화점을 강남에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 안팎에선 정 대표가 말하는 1등에 관해 ‘매출로 신세계 강남점을 넘어서는 게 아니라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그는 ‘선택과 집중’에 힘써왔다 .
“‘백화점’을 ‘오십화점’으로 바꾸겠다”는 게 정 대표의 지론이다. 어느 백화점에서나 살 수 있는 구색 맞추기용 브랜드 또는 상품을 줄이고, 각 점포의 상권 특색에 맞는 특화 상품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점포 리뉴얼에 4500억원 투입
규모는 작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상권에 있는 강남점은 명품 특화 점포로 변신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준호 대표는 지난 20일 한국을 찾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을 만나 주요 브랜드 입점과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현재 롯데 강남점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주요 명품 브랜드가 없다. 전면 리뉴얼을 통해 파격적인 브랜드 배치가 가능한 만큼 롯데백화점이 이를 무기로 명품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강남점뿐 아니라 주요 점포 리뉴얼에 내년까지 총 4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도 강남점처럼 휴점 후 전면 리뉴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 대표의 계획대로 강남점과 영플라자의 문을 닫고 리뉴얼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내에선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소비 둔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만큼 대규모 투자 결정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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