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연준의 베이비스텝으로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확대됐습니다.

22년만에 역대 최대 폭으로 벌어진 건데요.

하지만 과거 만큼의 급격한 자본 유출이나 환율 불안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데다, 경기침체 신호도 무시할 수 없어 시장과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금리 동결에 나서는 쪽으로 무게를 싣는 분위기입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한미 금리차가 1.5%포인트까지 벌어진 건, 지난 2000년 5월 이후 처음입니다.

22년만에 미국과 비교해 우리 기준금리가 가장 큰 폭으로 낮아진 건데,

달러와 같은 기축 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선 외국인 투자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그만큼 커지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다음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연준이 당초 우려와 달리 베이비스텝만 밟고 '더 높고 빠른' 인상도 예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한 번 더 금리를 동결하고 물가나 경기 상황을 지켜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특히 2000년 당시와는 펀더멘탈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한미 금리 차가 최대폭으로 벌어진다고 해서 과거처럼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 이미 기준금리 격차가 1.25%포인트로 벌어지고 연준이 강력한 긴축 신호를 보냈던 최근에도 금융시장은 큰 동요 없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는데,

이날 미국의 또 한 차례의 금리 인상에도 원·달러 환율은 30원 가까이 하락해 1,278원에 마감했습니다.



무엇보다 수출부진에 내수 침체까지 경기하강 신호가 짙어지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갈 여력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금리차가 벌어져서 좋을 건 없는데 발작적인 현상이 현실화된건 아니잖아요. 또한 인플레이션도 있지만 경기침체는 굉장히 무거운 짐이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미국과 동조한다던지 하지 말고….]

하지만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의 여파에 금융시장 변동성은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한은의 분석.

한미 금리차가 감내할 만한 수준이더라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환율이 더 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추경호 /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고강도 통화 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 미국 은행 위기 우려에 기관들의 현금 확보 수요가 늘어 최근 달러화 조달 비용은 큰 폭으로 증가한 상황.



당장 다음달 한은이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물가나 환율, 자금 유출 상황에 따라 한차례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
한미 금리차 22년만에 1.5%p…"美 따라갈 여력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