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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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교육교부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각 시·도 교육청들이 회식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 예산을 대폭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예산이 남아돌자 불필요한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금에 연동돼 무한정 늘어나고 있는 교부금 구조를 뜯어고쳐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부금 남아돌자 업추비 급증

21일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시도교육청이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금액은 44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389억원에서 13.4% 증가했다. 5년 전인 2017년 업추비 규모가 275억원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60.4% 많아졌다.

이 기간 교육청 예산 증가율은 업추비 증가율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전체 교육청 세출예산액은 지난해 82조6902억원으로 2017년 59조662억원에 비해 40.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예산이 40% 늘어나는 동안 업추비는 60% 늘어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교육청이 이 기간 업추비를 11억6785만원에서 30억1961만원으로 158.6% 늘렸다. 경기는 35억8509만원이던 업추비가 74억9190만원으로 108.9% 증가했다. 경북과 세종도 이 기간 업추비를 두배 넘게 늘렸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간부가 직원의 경사를 축하하고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금품을 주거나 회식을 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여윳돈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다른 기관의 관계자들을 접대할 때도 쓸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민단체 등에선 업추비는 인건비적 성격이 크고, 불요불급한 곳에 쓰이기 때문에 '절감 대상'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많다. 업추비 규모가 증가한 것은 그만큼 재정이 방만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교육청의 경우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1인당 교부금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업추비가 증가한 것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 1인당 교부금은 지난 2017년 765만원에서 지난해 1528만원으로 크게 많아졌다. 학생 수가 593만명에서 532만명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교부금 규모는 40% 가량 늘어서다. 학생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과도하게 늘어나자 일부를 불필요한 업추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국세 수입의 20.79%를 의무적으로 배정하는 경직된 구조 탓이 크다.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하지 못하고 세수 증가에 따라 교육교부금 규모가 무한정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고등교육특별회계를 만들었지만 전체 교부금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초중고 불용예산 > 대학 재정지원 예산

김영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산정책연구에 게재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규모가 시도교육청의 예산편성과 집행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학생 1인당 교부금과 업추비 예산의 관계에 대해 분석한 결과 1인당 교부금이 증가할수록 업추비 비율이 증가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특히 예산이 풍족한 시도교육청일수록 업추비 비율이 높았다. 또 교육청 재정자주도가 낮을수록 업추비 규모를 더 늘렸다는 점도 드러났다.

김 교수는 또 1인당 교부금이 늘어날 때 교육청의 불용예산 규모가 증가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결산 기준 시도 교육청의 불용 예산은 1조6000억원 수준인데, 이는 교육부의 대표적인 대학재정 지원사업인 일반재정지원 규모 1조606억원(2022년 기준)을 상회한다. 초중고에서 쓰고 남은 예산으로 대학 재정지원액을 두배로 늘릴 수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고등교육 투자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인데 해당 분야 내에서도 합리적인 예산 배분이 되지 않고 있다"며 "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