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급 건설사들이 연 10%에 가까운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지난 15일 사모채 시장에서 140억원을 조달했다. 6개월 만기 사모채 60억원어치를 연 9%에, 1년 만기 사모채 80억원어치를 연 10%에 발행했다. 2021년 3월 2년 만기 사모채로 50억원을 연 4.2%에 조달한 것과 비교해 이자 부담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은 ‘BBB(안정적)’ 수준이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3일 700억원어치 1년 만기 사모채를 발행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아이에스동서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로 매겼다. 지난해 7월에는 100억원어치 사모채를 연 5.1%에 발행했지만, 이번에는 연 9.6%로 책정됐다.

BBB급 건설사는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최소 연 9%대 금리에 겨우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신공영은 지난달 공모채 시장에서 1년물 500억원어치를 연 9.5%에 발행했다. 500억원 모집에 5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오면서 희망 금리 상단으로 조달 금리가 책정됐다. 한신공영은 한국신용평가에서 ‘BBB(부정적)’로, 한국기업평가에서 ‘BBB+(부정적)’로 평가받았다. BBB+급인 HL디앤아이한라도 지난달 열린 5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됐고 연 9%에 자금을 확보했다.

비우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금리도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롯데건설이 지급 보증을 제공하고 특수목적법인(SPC) ‘도로시 제일차’가 발행한 A2+등급 PF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6개월물은 이달 9일 연 8.27% 금리에 유통됐다. A1급 증권사 확약물의 금리가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건설사들이 주로 보장하는 A2급 PF ABCP는 여전히 금리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BBB급 건설사들의 재무안정성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BBB급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은 2021년 206%에서 219%로 올랐다. 같은 기간 AA급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은 107%에서 103%로 하락했다. 한기평은 “지난해부터 미분양 사태가 이어지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매출 감소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차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속적인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