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어 행동주의펀드 활약까지…해마다 가파른 증가세
소액주주들도 전자투표 독려…인증샷 올리며 의기투합
주주활동 열풍 속 '주총 전자투표' 역대 최대 전망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주주 활동 열풍이 뜨겁게 몰아치는 가운데 정기 주주총회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정기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기업 수는 지난 2010년 전자투표제 도입 이래 가장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기업들에 전자투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중에서 삼성증권 등 총 2곳이다.

우선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주총 때 전자투표제 도입을 위해 이 증권사와 서비스 계약을 맺은 기업 수는 820개사로 집계됐다.

실제 KCC·HD현대·GS 등은 삼성증권의 '온라인주총장' 시스템을 활용해 전자투표를 실시한다고 공시한 상태다.

계약 기업 수는 삼성증권이 서비스를 시작한 2019년 말 이후 2020년 278곳에서 2021년에 466곳, 지난해는 640곳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물론 계약을 맺었더라도 실제 주총에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전례로 볼 때 80% 정도는 계약 후 실제 전자투표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시스템인 '케이-보트(K-VOTE)' 계약을 맺은 기업 수도 지난해 규모를 이미 웃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실제 케이-보트를 활용해 3월 정기 주총 때 전자투표제를 실시한 기업 수는 최근 5년간 급격히 늘었다.

2018년에는 483곳에 그쳤으나 2019년에 564곳, 2020년에는 659곳으로 늘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2021년에는 843곳으로 급증했고 지난해(974곳)는 1천개사에 가까웠다.

전자투표제란 주주들이 PC나 스마트폰 등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온라인 투표다.

주총 직전일까지 기업이 계약을 맺은 플랫폼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과거 재계는 전자투표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활성화되면 경영진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투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달갑지 않게 여겼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이 지속하자 자발적으로 전자투표를 채택한 기업이 늘었고, 특히 전자투표 실시 기업에 감사 등을 선임할 때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하도록 2020년에 상법을 개정하면서 기업으로서도 도입 유인이 생겼다.

또 이창민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은 "과거 일반 주주들이 주총에 큰 관심이 없었으나 최근 기업경영과 주가 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자투표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실제 소액주주들은 요구사항 관철에 전자투표제를 적극 활용 중이다.

가령 SK 소액주주연대는 장동현 부회장이 과거 주총 때 주가 상승을 약속했지만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고액 보수를 챙기는 등 '솔선수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전자투표로 장 부회장 재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독려 중이다.

정치권의 개입에 반대해온 KT 소액주주들도 지난 13일 전자투표가 시작되자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인증 게시물을 소액주주 카페에 올리며 표몰이에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