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출시 하루 전날인 20일 서울의 한 음식점 계산대에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애플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출시 하루 전날인 20일 서울의 한 음식점 계산대에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애플페이의 상륙이 ‘수수료 무풍지대’였던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1위인 삼성페이가 애플페이를 따라 카드사에 결제 수수료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면서다. 국내 활성 이용자 1600만 명이 넘는 삼성페이는 결제 수수료 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삼성페이 유료화가 현실화하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다른 대형 페이사도 잇달아 수수료 도입을 고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형적인 가맹점 수수료율 구조로 이미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년째 적자에 빠진 신용카드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페이 수수료 손실이 더해지면 결국 일반 카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많다.

삼성페이도 애플 따라 유료화 검토

20일 복수의 결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계기로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 유료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애플페이는 21일부터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각 카드사와 삼성전자 간 삼성페이 관련 재계약 시기가 돌아온다”며 “이를 앞두고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도 애플페이처럼 결제 건당 정률 수수료를 카드사에 부과하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없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2015년 8월 도입된 삼성페이는 지금까지 카드사와 가맹점, 소비자에게 별도의 결제 수수료를 물리지 않았다. 소비자가 삼성페이를 작동할 때 거쳐야 하는 생체 인증 관련 수수료를 카드사가 건당 5~10원가량 부담하고 있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보안인증 업체에 돌아간다. 제휴 은행이나 카드사에 애플페이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결제 건당 정률로 부과하는 애플과 다른 점이다. 애플은 한국에서도 애플페이 결제액의 최대 0.15% 정도를 수수료로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이미 역마진, 혜택축소 불가피”

삼성페이가 수수료를 요구하면 카드사들로선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서라도 거절하기 어렵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페이가 대칭성을 내세워 애플페이와 계약하는 카드사에만 수수료 유료화를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신용판매 사업에서 역마진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은 곤혹스러운 기색이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신한·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신용판매 순이익은 2021년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였다. 작년에도 카드 이용액은 12% 늘었지만 신용판매 순이익은 36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작년까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14차례 인하된 여파다.

카드업계는 여기에 페이 수수료 비용까지 더해지면 수익성 보전을 위해 소비자 혜택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카드사들은 수년간 연회비를 올리거나 할부 수수료 면제를 축소해왔다. 작년 9월 말 기준 7개 카드사의 할부 수수료 수익은 1조7201억원, 연회비 수익은 9148억원으로 2018년 대비 각각 44.1%, 33% 늘었다. 같은 기간 가맹점 수수료 이익이 6조9422억원에서 3조6049억원으로 반토막 난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페이 서비스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카드사들도 변화에 적응할 수단이 필요하다”며 “업계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마련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