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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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본격화됐지만, 국제유가는 일제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은행 위기로 발생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중국의 수요 증가로 국제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는 약세를 보이면서 물가 둔화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7일 두바이유 현물은 배럴당 74.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주일 전인 10일(80.23달러) 대비 6.7%(5.39달러)가 빠졌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의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WTI는 배럴당 66.74달러로, 같은 기간 13%(9.94달러) 하락했다. WTI는 지난 15일 70달러대가 붕괴했는데, 이는 지난 2021년 12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었다. 북해산브렌트유(Brent) 선물은 일주일 전보다 11.9%(9.81달러) 내린 72.97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과 유럽의 크레딧스위스(CS) 유동성 위기가 잇따르면서 글로벌 '수요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에서 경기 침체 전망이 나온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리오프닝으로 원유 수요 압박이 예상된 중국이 '값싼' 러시아산 우랄유 수입을 늘리면서 국제유가를 예상보다 덜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3대 석유 소비국 인도 역시 러시아산 수입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국제유가를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4달러로 전제했다. 당초 93달러로 내다봤지만, 국제유가 하락세가 빨라지자 84달러로 전망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은 0.3%포인트 내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과 근원물가는 여전히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물가 전망은 3.6%에서 3.5%로 하향 수정하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에는 4%, 하반기에는 3.1%를 기록할 것이란 게 한은 전망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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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78.1달러를 기록하면서 현재까지는 한은 전제치와 비교했을 때 7% 밑돌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한은이 예상한 것보다 물가 안정화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물가는 환율 등 대외요인, 수요와 기대인플레이션, 정부 정책, 집값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지난해 물가 상승을 압박했던 가장 큰 요인은 에너지였다.

국제유가가 반등할 여지도 있다. 아직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국제유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원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세자와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시장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OPEC+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만났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IRA 법안에서 연방정부 토지 내 유전과 가스전 개발을 허용하면서 유가 하락을 방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