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7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깨지기 쉬운 회복(fragile recovery)” 상태라고 진단했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직전 전망치(지난해 11월 2.2%)보다 0.4%포인트 높였지만, 언제든 회복세가 고꾸라질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아예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OECD는 국내외 경기에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고 강조하면서 각국이 구조 개혁과 기업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 "살얼음판 회복세"…IMF·ADB 이어 韓 성장률 줄하향

세계 성장률 전망치 높이고, 韓 낮추고

OECD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4개월 전에 내놓은 직전 전망(1.8%)과 비교하면 0.2%포인트 낮췄다. 세계 성장률 전망을 높이면서도 한국에 대해선 정반대로 조정한 것이다.

OECD는 중국이 다시 성장하면 한국이 수혜를 보는 대표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면서도 ‘빡빡한 금융 여건’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관계자는 “한국 경제주체들이 자금을 확보하는 게 예전보다 더 어려워지거나 그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OECD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개월 전(1.9%) 대비 0.4%포인트 높인 2.3%를 제시했다.

OECD뿐만 아니라 주요 국제기구도 잇따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지난해 10월 전망)에서 1.7%(올해 1월)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3%(지난해 9월)에서 1.5%(지난해 12월)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해 12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제시했는데, 이는 작년 9월(1.9%) 대비 0.7%포인트 낮춘 것이다.

특히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1.7%)이 일본(1.8%)보다 뒤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은 적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 번도 없었다. 한국은행도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OECD “구조 개혁 노력 이어가야”

OECD는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2023~2024년에 걸쳐 완만하게 회복하고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에너지·식량 가격이 하락하면서 구매력이 상승하고 있고, 기업·소비심리도 개선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글로벌 상품 및 서비스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6%로 4개월 전 대비 0.4% 높여 잡았고, 내년 성장률도 2.7%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주요 20개국(G20) 및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올렸다.

OECD는 글로벌 경제 전망치를 긍정적으로 바꾸면서도 보고서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오히려 더 많이 담았다. 세계 경제 여건의 개선된 전망은 취약한 기반에 놓여 있고, 여전히 하방 리스크가 상방 리스크보다 우세하다는 평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신흥국 식량안보 약화, 공급망 위기 등도 성장과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OECD의 분석이다. 아울러 각국 통화 긴축의 속도와 기간,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및 기업 부담 가중, 금융회사 불안, 가파른 주택가격 하락 등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OECD는 향후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으로 △통화 긴축 △취약계층에 타기팅한 재정정책 △구조적 개혁 노력 재개 등을 제안했다. 물가 압력 완화 신호가 뚜렷해질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에너지 및 식량 가격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재정정책을 펼치라는 지적이다. 특히 “보편 지원을 축소하고 선별 지원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면서 추가적인 수요 자극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 절감을 유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국경 간 교역장벽을 완화하고, 유연하고 포용적인 노동시장 조성 등 구조적 개혁 노력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