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해 ‘거의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근로시간이 경직돼 있고, 채용·해고 등과 관련한 규제도 다른 나라보다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헤리티지재단이 최근 발표한 ‘2023 경제자유지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16일 내놨다. 이 재단은 매년 기업·개인의 경제활동 자유 수준을 분석해 12개 항목별 점수(100점 만점)와 함께 등급을 발표한다. 등급은 ‘완전 자유’ ‘거의 자유’ ‘자유’ ‘부자유’ ‘억압’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한국은 평가대상 184개 국가 중 15위를 차지했다. 작년 19위에서 네 계단 상승했다. 종합평가에서 73.7점을 기록하며 ‘거의 자유’ 등급을 받았다. 세계 1위는 싱가포르가 차지했으며 스위스, 아일랜드, 대만 등 총 4개 국가가 ‘완전 자유’ 등급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12개 항목별 점수에서 큰 편차를 드러냈다. 재산권(88.5점), 기업환경(84.8점), 재정건전성(94.1점) 등은 ‘완전 자유’ 등급이었다. 그러나 노동시장은 12개 항목 중 가장 낮은 56.2점으로 ‘부자유’ 등급을 받았다. 미국 등 주요 7개국(G7)과 비교하면 한국보다 노동시장 자유지수가 떨어지는 곳은 독일(52.8점)뿐이었다.

노동시장 부문은 근로시간, 해고, 채용 등 규제가 경직될수록 낮은 점수를 받는다. 헤리티지재단은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해 “경직된 노동시장 규제, 강성 노동조합 활동으로 기업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와 낮은 노동생산성, 높은 수출의존도, 확장적 재정정책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전격 시행됐던 2021년에도 이 재단은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한국 노동시장이 더욱 경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규제 개선은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노동개혁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