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을 ‘핵심 사업군’으로 키우는 프로젝트 가동에 돌입했다. 인수합병(M&A)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기술력 있는 로봇업체 지분을 추가 확보한 것은 시작 단계다. 연내 첫 로봇 출시를 기점으로 실생활에서 유용한 로봇을 여럿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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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주목한 기업 정체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윤준오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고 16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와 레인보우로보틱스 간 협력관계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증권가에선 로봇 관련 종목이 화제를 모았다. 삼성전자가 전날 장외매수한 로봇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전날보다 29.98% 오른 11만2300원(상한가)에 장을 마감했다. 증권가에서 로봇 종목이 들썩인 것은 삼성전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전날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4.8%를 277억8365만원에 사들였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이 회사 지분율은 10.3%에서 14.99%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주간계약을 새로 체결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 전량에 대한 콜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사실상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인수 의지가 담긴 행보로 보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어떤 형태로든 사업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사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 ‘휴보(HUBO)’를 개발한 KAIST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팀이 2011년 2월 분사해 창업한 기업이다.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로 2021년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지난해 1~9월 매출은 1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9% 증가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협동로봇 업체가 많지만, 자체 기술로 모터 같은 구동기나 제어 핵심 부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에 들어가는 모든 시스템을 모두 자체 생산 가능한 유일한 국내 업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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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 업체의 기술력과 인적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국제적인 로봇공학자이자 ‘휴보 아빠’로 불리는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석좌교수가 최고기술책임자(CTO)다. 그는 지분 20.98%(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40.61%)를 보유한 대주주다. 오 CTO는 휴보 랩 시절부터 협동 로봇이나 보행 로봇, 모터 구동체 부품 기술 등을 독자 개발했다. 삼성전자와도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로봇 관련 부품 기술은 기본이고, 시스템 개발 인력을 보유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였다는 후문이다.

◆연내 ‘삼성봇’ 전격 출격

삼성전자는 연내 ‘EX1’이라는 이름의 보조기구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노인 운동을 돕는 기능을 갖춘 ‘시니어 케어’ 특화 로봇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21년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한 뒤 관련 사업을 본격 준비해왔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를 책임지는 반도체 외에도 튼실한 신사업을 여럿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로봇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지속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로봇 사업 기술 고도화를 위해 외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실생활 여러 곳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로봇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향후 스마트폰이나 생활가전과 연계해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용 로봇 등도 선보일 전망이다.

업계에선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협업이 삼성전자 로봇 사업 다각화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술력 뛰어난 업계와 사업 연계를 확대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에 힘을 쏟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지은/차준호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