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공장 /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공장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매출이 그간 ‘실적 효자’ 역할을 해온 D램 매출에 육박했다. 고객사에 맞춤형 칩을 생산해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한 파운드리 사업과 달리 시황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반도체 불황이 예견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 힘을 실어 실적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1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7조164억원(53억91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D램 매출(7조2103억원·55억4000만달러)과 비교하면 격차는 2000억원도 채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온 D램과 파운드리의 실적이 비슷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이 회사의 D램 매출(9조6348억원)과 파운드리(7조2704억원)의 격차는 2조3600억원에 달했다. 파운드리 사업은 이미 또 다른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실적을 넘어섰다. 3분기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매출은 5조6094억원(약 43억달러)으로 집계됐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그간 메모리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전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0%, 30%에 달한다. 다만 작년 하반기 세계적인 메모리반도체 수요 위축으로 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삼성전자의 매출 구조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 판매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각각 23%, 28% 떨어졌다.

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상대적으로 실적 변동 폭이 작은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 주요 파운드리 10대 업체 매출은 전 분기 대비 4.7% 감소했지만, 삼성전자는 3.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도 소폭 반등했다. 지난해 2분기 점유율은 16.4%에서 3분기 15.5%로 줄었다가 4분기에 15.8%로 0.3%포인트 늘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의 돌파구로 파운드리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최근엔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7년까지 모바일 외 제품군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게 목표다. 이와 함께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024년 말까지 지난해 대비 세 배 높일 계획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