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회-구자경-구본무-구광모로 4대 이어지는 동안 잡음 없어
구광모, 대화 통해 원만히 해결 노력…일각에선 "경영권 흔들려는 의도 내포" 해석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선친인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배우자와 두 딸이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LG가(家)가 1947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지 재계가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4세대에 걸쳐 장자가 그룹 회장을 잇는 전통을 지키며 경영권 갈등을 사전에 차단해 온 LG 측은 뒤늦게 불거진 재산 다툼에 "경영권 흔들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LG家 첫 상속 분쟁…'장자 승계' LG "경영권 흔들기 용납 안돼"
10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는 2018년 구본무 전 회장 별세 이후 이뤄진 재산 분할을 다시 하자며 지난달 말 서울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LG가 가풍에 따라 수차례의 상속과 계열 분리를 잡음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했던 것을 고려하면 의외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고 구인회 창업회장이 1947년 현 LG화학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을 세운 이후 지난 75년 동안 경영권은 물론 재산 관련 분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이는 '장자 승계' 원칙 하에 경영권 관련 재산은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외 가족은 소정의 비율로 개인 재산을 받는 방식이 오래도록 '가문의 룰'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LG家 첫 상속 분쟁…'장자 승계' LG "경영권 흔들기 용납 안돼"
장자가 그룹을 물려받으면 다른 가족 일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계열 분리로 독립하는 전통도 유지돼 왔다.

1대 회장인 고 구인회 창업회장이 1969년 뇌종양으로 별세한 뒤 6남 4녀 중 장남인 구자경 회장이 회사를 물려받았다.

당시 창업회장의 동생이자 창업멤버인 구철회 사장은 경영 퇴진을 선언했고, 구철회 사장의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그룹에서 독립시킨 LIG그룹을 만들어 나갔다.

창업회장의 동생인 태회·평회·두회 형제 일가가 이끈 계열사는 LS, 동업 관계였던 허씨 일가 계열사는 GS로 각각 분리됐고 역시 별다른 잡음도 없었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1995년 '21세기를 맞는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장남 구본무 선대회장에게 그룹을 넘겨줬을 때도 전통은 유지됐다.

당시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유통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등 구자경 명예회장의 두 형제는 곧바로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조카에게 길을 열어줬다.

현 구광모 회장 취임시에도 ㈜LG의 2대 주주였던 구본준 당시 LG그룹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났고 이후 상사와 하우시스, 판토스 등을 계열 분리해 LX그룹을 만들었다.

구본무 전 회장은 부회장 시절이던 1994년 고등학생 외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뒤로 그룹 승계를 위해 조카 구광모 현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구광모 회장은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LG家 첫 상속 분쟁…'장자 승계' LG "경영권 흔들기 용납 안돼"
일각에서는 이미 4년 전에 마무리된 상속 재산 분할을 놓고 뒤늦게 법적 다툼이 벌어지게 된 것을 두고 구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그동안 가족과 가문의 화합을 위해 최대한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는 요구에 소송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지만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의) 지분을 더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여사와 두 여동생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이들 3명의 지분을 합한 지분율이 구 회장의 지분율(작년 9월 말 현재 15.95%)보다 더 높아지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이 단순한 재산 다툼이 아니라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LG는 구 회장의 ㈜LG 지분은 LG가를 대표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LG 관계자는 "재산 분할을 요구하며 LG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장자 승계 원칙에 대해 가부장적이고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부 나왔던 만큼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향후 경영권 다툼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구 대표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주로 사회공헌활동에 집중해 온 만큼 그룹 경영을 맡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구 대표의 남편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근간으로 둔 사모펀드 운용사 블루런벤처스의 윤관 대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