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의 가교 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는 고객사와의 빠른 소통이 회사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가온칩스는 삼성 파운드리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로 삼성전자와 가장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 파운드리 오랜 동행…눈빛만 봐도 알죠"
9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정규동 가온칩스 대표는 “삼성이 DSP를 만든 2019년 이전부터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의 설계 용역을 맡은 가상설계파트너(VDP)로 활약했다”며 “눈빛만 봐도 삼성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입을 열었다. 정 대표는 부산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4년간 근무한 뒤 1세대 디자인하우스인 알파칩스에서 영업부서를 거쳤다. 2012년 가온칩스를 설립했다. 현재 차량, 인공지능(AI), 보안, 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를 개발·양산하고 있다.

가온칩스의 강점은 삼성전자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공정 개발 경험을 공유하며 폭넓은 솔루션 범위를 갖췄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가온칩스가 수행한 삼성의 28~5나노미터(㎚·1㎚=10억분의 1m) 프로젝트가 200건을 넘는다”며 “초기 설계부터 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과 설계자산(IP) 최적화·무결성 평가 등 다양한 범위의 솔루션을 턴키로 제공할 수 있어 고객사들로부터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파운드리는 업체별로 공정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DSP 소속은 삼성의 ‘반도체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정 대표는 삼성과 가장 오랫동안 협력한 가온칩스가 삼성으로부터 가장 신임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10년 전 삼성 파운드리 출신 6명으로 창업한 회사는 현재 인력 200여 명의 디자인하우스로 성장했다. 커진 규모에 맞게 올초 판교2테크노밸리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가온칩스는 단 한 번의 인수합병(M&A)없이 독립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大魚)들이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는 상황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코스닥시장에 입성해 주목받았다. 국내외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최종 공모가를 희망 밴드(1만1000~1만3000원) 상단을 넘는 1만4000원에 확정했다. 일반청약에서도 2183.2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 증거금 7조6415억원을 끌어모았다. 정 대표는 “회사가 더 성장하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필수인데 비상장 상태로 나가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봤다”며 “빠른 해외 진출을 위해 상장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가온칩스는 지난해 일본에 지사를 설립했고 올해 미국 지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정 대표는 “창업 후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며 “2025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온칩스 매출은 2020년 171억원, 2021년 322억원, 지난해 433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디자인하우스업계 가치가 상승하고 시스템반도체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주가는 올 들어 127%가량 올랐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