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코스닥 기업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확보한 콜옵션(해당 CB를 되살 수 있는 권리)을 자신의 지인 등에게 공짜로 넘기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대주주(실소유주)를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동안 코스닥 상장사 및 대주주가 우호세력 확보 등을 위해 관행처럼 해오던 행위에 검찰이 처음으로 형사처벌 잣대를 들이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이 나오면 다른 기업으로도 불똥이 튈 수 있어 코스닥 상장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본지 2022년 11월 22일자 A1, 3면 참조

“CB 콜옵션 무상 제공은 배임”

檢 "CB 콜옵션 공짜로 넘겨 불법수익"…코스닥 기업 긴장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달 하순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 씨와 그의 여동생 강지연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빗썸 관련 상장사 3인방 중 한 곳인 버킷스튜디오의 제8~10회차 CB 대상 콜옵션 권리 일부를 제3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약 322억원의 손실을 회사에 끼친 혐의다. 검찰은 CB 전환가액이 시세 대비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강씨 등이 CB 콜옵션을 자신의 지인 등 제3자에게 무상으로 넘기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회사가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버킷스튜디오는 지난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횡령·배임 사실 확인’ 공시를 했고, 한국거래소는 즉시 버킷스튜디오 거래를 정지시켰다. 유명 여배우 박민영 씨의 전 남자친구로도 알려진 강씨는 주가조작 등 혐의로 지난달 초 구속됐다.

그동안 코스닥 기업 등 상장사들은 C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한 자’에게 해당 CB에 대한 콜옵션 권리를 부여해 왔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대주주 및 우호세력이 주식 전환 전 해당 CB를 되사 지분율 희석을 방어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CB 콜옵션은 무자본 인수합병(M&A)이나 주가조작 세력이 손쉽게 수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시세보다 전환가액이 낮은 CB 콜옵션을 공짜로 넘겨받아 바로 주식으로 전환 및 매도해 이익을 내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공개되지 않고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도 아니어서 대주주의 차명투자 또는 뇌물 용도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많다.

다른 상장사로 불똥 튀나

경영계와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이번 기소가 유죄판결로 이어지면 잦은 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온 코스닥의 ‘CB 공장’ 전반으로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CB 발행액은 2019년 3조416억원에 머물렀지만 2020년 6조996억원, 2021년 9조4568억원, 지난해 4조4087억원으로 증가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CB 발행 코스닥 상장사의 대주주들은 관행처럼 회사 몫으로 배정된 CB 콜옵션을 자신의 우호세력 등에게 무상으로 넘겨줬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히 전환가액이 현재 주가보다 낮음에도 회사 보유 CB 콜옵션을 제3자에게 공짜로 제공한 경우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검찰 기소를 계기로 금융감독원이 CB 활용 불공정거래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은 올 1월 CB를 악용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저지른 혐의로 16개 기업을 검찰에 넘기고 추가로 14곳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기소에 대해 버킷스튜디오 측은 과도한 법 해석이라며 반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를 거쳐 CB 콜옵션을 넘겨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며 “CB 콜옵션을 제3자에게 무상으로 넘겼다고 해도 회사가 받는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