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오는 8일 삼성SDI와 합작공장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로 한 것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전기차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이 풀리며 미국 전기차 시장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2021년 전기차 시장 초기 완성차 회사와 배터리 업체 간 ‘짝짓기’가 한 차례 이뤄진 데 이어 IRA 시행에 따라 2차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M, 파우치·원통·각형 다 쓴다

삼성SDI, 침묵 깨고 통큰 투자…완성차-배터리 '그물망 합작' 바람
3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네 번째 합작공장을 논의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이 다수 업체와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따른 부담으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지난해부터 기존 전기차에 탑재한 파우치형이 아니라 삼성SDI의 주력 제품인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할 수 있다며 삼성SDI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2025년까지 북미에서 연간 100만 대 이상 전기차를 생산할 시설을 갖추고 이후 생산량을 늘려간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GM이 지난달 1일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얼티엄은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 배터리를 모두 쓸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삼성SDI와의 합작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나의 배터리 규격을 정해 1~2년간 전기차를 개발하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달리 GM은 폼팩터(모양)에 관계없이 효율적으로 전기차를 설계할 수 있다.

삼성SDI, 투자 본색 살아나나

삼성SDI가 최근 고금리에 따른 투자 위축 분위기에도 ‘통 큰’ 투자를 결정한 데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다른 배터리 업체에 비해 보수적으로 움직였다. 2021년 ‘1차 합종연횡’ 때도 미국 스텔란티스와만 합작을 발표하며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1월 삼성SDI가 포스코케미칼과 10년간 40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양극재 납품계약을 맺은 게 투자 확대의 ‘신호탄’이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과 GM과의 합작공장에 각각 납품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삼성SDI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것도 삼성SDI의 ‘투자 본색’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용 설비를 둘러보며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합종연횡 본격화

삼성SDI와 GM이 손을 잡으며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간 ‘2차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한 완성차 회사가 하나의 배터리 업체와 합작공장을 꾸리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완성차 회사가 복수의 한국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있다. 그 결과 2025년 북미 지역의 한국 배터리 합작공장 생산 규모는 연 572GWh에 달할 전망이다. 북미 전체 배터리 생산 규모인 연 800GWh(미국 에너지부 전망)의 70%를 차지한다.

이런 2차 합종연횡 움직임은 북미에서 ‘배터리 쇼티지’(공급 부족) 전망에 따라 완성차 업체가 제품을 원활하게 공급받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배터리 업체 역시 복수의 완성차와 합작공장을 꾸리는 게 업체별 전기차 판매 부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 3개 합작공장(연 145GWh)을 꾸렸고 이번에 삼성SDI를 추가한다. 포드는 미국에서 SK온과 합작공장(연 129GWh)을 건설 중이며, 튀르키예에서는 SK온과 협상을 중단하고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았다. 현대자동차도 미국에서 SK온,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공장을 짓기 위한 협상을 각각 진행 중이다. 스텔란티스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북미에서 공장을 짓고 있다.

김형규/박한신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