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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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데 시장금리는 오히려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 들어 난방비에다 택시비, 고추장·조미료 등 각종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가격이 줄줄이 뛰고 있지만 반대로 은행 예·적금 및 대출 금리는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를 우려한 정부가 은행 등을 상대로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선 탓이다. 투자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위험자산을 무작정 확대하기보다 달러 예·적금 등 방어적인 투자를 통해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물가 치솟는데 금리는 떨어져…금융시장 혼돈, 방패부터 챙겨라

물가는 오르고, 금리는 내리고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0%로 1월(3.9%)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물가가 얼마나 오를 것인지 소비자들의 전망치를 나타내는 통계 지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2월 3.8%까지 떨어졌으나 올 들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가스비, 택시비 등 생활 물가도 크게 올랐다. 가스 요금이 지난해 30% 이상 뛰면서 1~2월 ‘난방비 폭탄’ 고지서가 날아왔고 전기요금도 ㎾h당 13.1원 인상됐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도 2월 1일부로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랐다. 고추장 및 조미료 제품의 공장 출고가도 최대 11% 인상되면서 대형마트나 편의점 매대 판매가 역시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은행 금리는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4대 은행 정기예금(1년) 대표 상품 금리는 연 3.6~3.7%로 한은 기준금리(연 3.5%)보다 고작 0.1~0.2%포인트 높은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일부 예금 상품 금리가 연 5%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세다. 대출 금리도 마찬가지다. 5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53~6.42%(지난달 24일 기준)로 상단 금리가 연 8%까지 육박했던 석 달 전보다 1~2%포인트가량 떨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들어 자금 시장이 안정화된 데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 금리 인하를 압박한 영향이 크다”며 “당분간 이 같은 예금·대출 금리의 동반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불확실성의 시대…어떻게 대비할까

물가 치솟는데 금리는 떨어져…금융시장 혼돈, 방패부터 챙겨라
이 같은 상황에서 대출이 필요한 예비 차주들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고정금리 대출과 변동금리 대출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최저 연 4.53%지만 고정형은 연 4.30%로 금리 차가 0.23%포인트에 불과하다. 단순히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면 고정형을 선택하는 게 옳지만 향후 금리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감안해 변동금리 대출이 더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주담대를 받았다면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특례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특례 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를 통합한 상품으로 1년간 한시적으로 운용된다.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금리도 연 4.15~4.45%(우대형)로 시중은행 상품 대비 저렴한 수준이다.

금리가 낮아지긴 했지만 향후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해 만기가 6개월 이하로 짧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짭짤한 이자를 주는 은행 예·적금 상품도 추천할 만하다. 만기를 하루 단위로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는 기업은행 ‘IBK D-Day통장’(최고 연 3.9%), 부산은행 ‘더 특판 정기예금’(최고 연 4.1%),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최고 연 3.8%),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연 3.5%) 등이 대표적이다.

중도 해지해도 약정된 이자를 주는 ‘자유 해지 정기예금’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루만 맡겨도 쏠쏠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수시입출식 ‘파킹통장’의 금리가 잇달아 떨어지자 대용 상품으로 떠올랐다. 파킹통장과 달리 자유 해지 정기예금은 만기 때까지 약정 조건이 유지되기 때문에 금리 하락기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중은행보다 안정성이 낮은 저축은행 위주로 출시되고 있어 예금자보호한도(원리금 5000만원)에 맞춰 가입하는 게 안전하다는 조언이다.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7일엔 하루 만에 18원 넘게 급등하며 1323원까지 뚫고 연고점을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1차 저항선인 1320원이 돌파된 만큼 이달에 135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