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리단길에 2030 몰려가니…회생 조짐 안보이는 숙대상권
‘한경·비씨카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조사 대상 5개 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숙명여대) 상권 가운데 숙명여대 상권만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로 10분 남짓 걸리는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주변 ‘용리단길’이 ‘핫플’로 뜨면서 2030세대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여파다.

1일 한경·비씨카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주변 상권의 가맹점 매출은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과 비교해 모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과 2021년 매출이 빠르게 감소해 2019년 대비 최저 85%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후 작년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에 기반한 지하철 신촌역은 2019년 매출을 100으로 봤을 때 2020년 한때 85까지 줄었다가 작년 104로 회복했다. 고려대 상권인 안암역 주변과 한양대 상권인 왕십리역은 모두 2020년에 각각 95와 91로 감소한 뒤 작년 106으로 올라왔다.

문제는 숙명여대 상권이다. 청파로47길을 따라 도보로 10분 거리에 형성돼 있는 이 일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내내 매출이 감소세다. 2019년을 100으로 놨을 때 2020년 89→2021년 82→2022년 78 수준이다.

“다른 상권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은데 주변에 용리단길이 활성화하면서 구조적 쇠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자영업 컨설턴트들의 설명이다. 작년 12월엔 이 일대 상권 형성 초기인 1980년 창업해 43년간 순두부 맛집으로 명성을 이어온 ‘선다래’가 문을 닫아 충격을 줬다.

용리단길은 인스타그램 게시글이 6만4000개가 넘을 정도로 ‘포토존 상권’으로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3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입주한 후엔 일대가 더 붐비기 시작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숙대 상권은 2030세대가 신용산 일대로 발길을 돌려 매출이 주요 대학 상권 중 유일하게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주점, 노래방 등으로 천편일률적인 다른 대학 상권도 숙대 상권 뒤를 따르지 말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