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말 민수용(주택용 영업용) 가스요금 미수금(요금 억제로 받지 못한 대금)이 8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원이 넘지만 이는 미수금을 제외한 수치로 미수금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자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이번에 주주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가스공사 미수금 8.6조 '역대 최대'…부채비율 500%로 치솟자 "무배당"
가스공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88% 늘어난 51조7243억원, 영업이익은 99% 증가한 2조4634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4분기만 보면 영업이익이 1조11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7% 늘었다.

가스 도입 가격 상승으로 평균 가스 판매 단가가 민수용은 16%, 산업용 82%, 발전용은 116% 오르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장부상 이익일 뿐이다. 사실상의 적자인 미수금이 급증하면서 재무구조는 오히려 나빠진 상태다. 가스공사 미수금은 2021년 말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분기 4조5000억원으로 늘었고 2, 3분기엔 5조원대로 불어났다. 작년 말엔 8조6000억원으로 치솟았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대금 중 가스공사가 가스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폭등했지만 이 가격을 요금에 다 반영하지 못하면서 미수금 규모가 커졌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121%포인트 증가한 500%에 달했다.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190%포인트 증가한 643%였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올해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가스공사는 미수금을 해소하려면 요금을 MJ(메가줄)당 39원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올 1분기 가스요금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애초 2분기에 비교적 큰 폭의 요금 인상을 추진했지만 정부가 최근 ‘속도 조절’ 방침을 밝히면서 2분기에도 대폭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가스공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는 주주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사는 그동안 순이익의 최대 40%를 주주에게 배당해왔다. 가스공사의 1, 2대 주주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한국전력으로 각각 26.9%, 2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무배당을 결정하면서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20%포인트, 별도 기준 33%포인트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주주 배당이 없어지면서 소액주주들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