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엔 봄이 느껴질 정도로 날이 따뜻해졌는데도 농산물 도매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작년 12월 중순부터 지난달까지 이어진 한파가 지금까지 농산물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추위가 이어지는 기간에 작물이 얼어 죽는가 하면 일부 농가는 가스비와 전기료를 감당하지 못해 하우스 작물 재배를 일시 중단했다.
날씨도 풀렸는데…꺾이지 않는 신선식품값 왜?
가격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풋고추다. 24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국내산 풋고추 도매가격은 ㎏당 1만6234원으로 지난달보다 156.0%, 1년 전보다 194.1%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2013~2022년) 풋고추의 2월 평균 도매가격(6139원)보다는 2.6배 뛰었다.

풋고추 주산지인 전남과 경남에 한파가 들이닥치며 생산량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역 풋고추는 1월 내내 햇볕을 쬐지 못해 제때 꽃을 피우지 못했고 착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월 풋고추 거래량은 평년 평균 4038t에서 올해 2518t으로 급감했다. 대형마트 한 채소 담당 바이어는 “풋고추는 일반적으로 자가 수정하지만, 그렇지 못한 꽃은 벌을 이용해 수정한다”며 “한파의 영향으로 벌 활동이 줄어든 것도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토마토도 낮은 기온의 영향을 받았다. 토마토와 방울토마토의 ㎏당 도매가격은 지난주보다 각각 20.6%, 38.4% 상승했다. 날이 추워 농가에서는 예년에 비해 정식(온상에서 기른 모종을 밭에 제대로 심는 일) 시기를 늦췄고, 그만큼 수확 일정이 지연됐다.

호박(24.2%), 오이(13.3%)도 지난주보다 도매가격이 올랐다. 식자재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호박과 오이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가 가능한 작물이지만, 일부 농가에서는 가스비와 전기료 상승을 이유로 작물 재배를 잠시 중단했다”고 했다.

KAPI는 지난 17일부터 1주일째 190 이상을 기록했다. 23일에는 198.62를 찍었다. 지난 10년간의 2월 KAPI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