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년 정도 보유해서 500% 먹었어요. 팔고 와이프에 새 차 선물하려고요."

"1억원이 벌써 5억원이 됐네요."


코스닥시장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은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돈 복사기'로 통한다. 주식 커뮤니티와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에는 이 종목을 극찬하는 회사 직원들과 주주들도 넘친다.

에코프로비엠 임직원들이 2019년 유상증자 과정에서 우리사주로 취득한 주식은 13배가량 뜀박질했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SK이노베이션을 넘어선 데 이어 포스코케미칼에도 다가서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몸값이 적정한 지를 놓고서도 의견이 팽팽하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64%(4100원) 오른 15만9300원에 마감했다. 올들어 72.96%(6만7200원) 올랐다. 작년 장중 저점(3월 15일·7만7633원)에 비해 2배가량 뜀박질했다.

이 회사 주주는 물론 임직원들도 뛰는 주가에 웃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19년 2월 26일에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 회사 임직원들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288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주당 매입가격은 1만2000원(무상증자 등 반영 금액)이다. 이날 종가와 비교하면 13배가량 뛰었다.

이 회사 임직원들은 그만큼 상당한 수익을 보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은 133만6716주(1.37%)에 달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2129억원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매입 단가가 1만~3만원인 임직원도 적잖다. 이 회사 직원들도 최고의 복지를 성과급과 자사주로 꼽았다.
에코프로비엠 청주 공장 전경
에코프로비엠 청주 공장 전경
하지만 이 회사 시가총액(24일 기준 15조5798억원)이 SK이노베이션(14조3414억원)을 넘어서면서 과열 양상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늘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21일 처음 SK이노베이션을 넘어섰다. 포스코케미칼 시가총액(16조6933억원)에도 바짝 다가섰다.

SK이노베이션 '몸값'이 에코프로비엠에 밀리자 직장인들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조99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에코프로비엠(3825억원)보다 10배 이상 많다. 여기에 사모펀드(PEF) 투자유치 과정에서 24조원어치 기업가치를 받은 배터리 자회사 SK온도 거느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2배로 에코프로비엠(34.81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에코프로비엠 한 직원은 이에 대해 "양극재는 기술력을 요구하고 고효율의 양극재를 생산하는 곳은 에코프로비엠뿐"이라며 "양극재가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소재 기업이 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대규모 양극재 공급계약이 소문만 무성한 데다 최대 주주의 내부자거래 의혹도 해소되지 않은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코프로비엠 시가총액에 밀렸다는 소식에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의 푸념도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은 성과급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주가 흐름을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올들어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