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기사 1인이 연간 최대 2억여원 수령…국토부 실태조사
기사들 "연장 근로·위험 근로 대가"…'임금' 여부 놓고 법원 판결 엇갈려
건설현장 월례비 관행 뭐길래…건설노조도 근절 필요성은 인정
정부가 21일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에서 건설업계의 오래된 관행인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정조준했다.

월례비는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급여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일종의 웃돈이다.

조종사는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고용 계약을 맺어 이에 따른 월급을 받고, 시공사로부터 월 500만∼1천만원의 월례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사 일정을 맞추는 게 중요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독촉해 공사를 진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현금을 조금씩 쥐여주던 1960∼1970년대 관행이 굳어졌다.

월례비 지급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기사들은 자재를 천천히 인양하거나, 인양을 거부한다.

타워크레인이 멈추면 건설공사가 중단되는 특성이 있어 공기에 쫓기는 건설사는 결국 월례비를 지급하게 된다.

이런 월례비는 건설현장 불법행위의 핵심으로 꼽힌다.

국토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신고받은 전체 불법행위(2천70건) 중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이 58.7%(1천215건)를 차지할 정도다.

이 조사에서 타워크레인 기사 438명이 월례비 243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한 명이 연간 최대 2억1천700만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월 1천700만원 꼴이다.

보통은 월 500만∼600만원을 수수한다는 게 건설업계 얘기다.

건설현장 월례비 관행 뭐길래…건설노조도 근절 필요성은 인정
건설노조는 월례비를 타워크레인 기사의 일방적 강요로 지급하는 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건설회사가 안전하지 않고, 무리한 작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부 타워크레인 기사들도 월례비는 시공사들이 공사를 빨리 끝내기 위해 요구하는 연장 근로의 대가, 크레인 조종 외 필요한 공사 업무를 하는 대가로 받는 일종의 성과급이라고 주장한다.

건설노조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는 월례비 발생과 관련해 건설회사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다만 건설노조 역시 타워크레인 월례비에 대해 옹호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건설협회에 근절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월례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엇갈린다.

1심 법원은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지만, 최근 2심 법원에선 임금으로 인정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광주고등법원은 최근 D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D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하청인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월례비 지급은 수십 년간 지속된 관행으로,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1심 광주지법은 월례비가 임금이라 보기 어려우나,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없다고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월례비에 대해선 "원청이나 타워크레인 회사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를 하도급 업체에 전가하는 측면이 있어 근절돼야 할 관행"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성과급 지급이 필요하다면, 월례비가 아닌 정상적 임금 계약을 통해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현장 월례비 관행 뭐길래…건설노조도 근절 필요성은 인정
정부는 월례비와 함께 타워크레인 노조에 가입해야 일감을 얻을 수 있는 구조도 문제 삼는다.

현재 전국 건설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4천600대, 타워크레인 노조원은 4천여명으로 추정된다.

타워크레인 기사 면허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2천931명에게 발급돼 있지만, 사실상 노조원이어야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원 장관은 "전국에 세워져 있는 타워크레인을 건설노조에 소속된 4천명이 독점하고 있다"며 "노조에 들어가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앉으려면 가입비 4천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원 장관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월례비를 받으면 바로 자격 정지 처분을 해서 시장에 퇴출할 것"이라며 "그러면 2만2천명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게 일자리 기회가 공정하게 제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