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등급 회사채 온기 도나?…기관들, 올 첫 BBB급 공모 참여
하이일드 채권(고수익·고위험 채권)을 담는 자산운용사가 올해 처음으로 신용등급 BBB급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BBB급은 연기금 등 투자기관이 일반적으로 사들일 수 있는 채권 중 최하위 등급이다. 우량 회사채의 발행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금리가 높은 비우량 등급으로 눈을 돌리는 기관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LL중앙(BBB)이 오는 24일 250억원 규모 1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네 배에 달하는 총 1000억원어치의 주문을 받았다. 수요예측의 흥행에 따라 발행금액을 50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SLL은 공모 희망 금리로 연 6.8~7.8%를 제시했는데, 수요예측에 자금이 몰리며 최하단인 연 6.8%로 금리를 결정했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고객 일임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 세 곳이 80억원어치의 주문을 넣었다. BBB급 공모 회사채 발행에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주문이 들어온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하이일드 펀드 운용사들은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며 수익을 내기 어려워져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BBB급 회사채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CJ제일제당(AA)은 지난 13일 3년 만기 2000억원어치를 연 3.639%에 발행했는데, 같은 날 국고채 3년 만기 금리(연 3.452%)와의 차이는 0.18%포인트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회사채 시장의 온기가 비우량 등급 채권까지 퍼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A급 이상 회사채는 수요예측에서 잇달아 성공했지만 BBB급은 흥행이 쉽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최근 BBB급 회사채는 증권사 리테일 부문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팔기 위해 주문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회사채 시장이 안정되고 고수익을 노리는 운용사가 많아진다면 회사채 시장의 투자 심리가 완전히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