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 감소로 사망보험금 수요가 줄어들자 보험업계가 사망 전 보장을 강화하는 등 종신보험 혁신에 나서고 있다. 새해 들어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자 보장 수준은 유지하되 월 납입 보험료를 낮춘 신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보험료 낮추고 보장혜택 그대로…종신보험, 더 든든해졌네
지난해부터 시장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종신보험 예정이율도 연 3%대에 올라섰다. 예정이율이란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보험금이나 환급금을 지급할 때 적용하는 이율이다. 예정이율이 오른다는 건 반대로 보험료가 내려간다는 뜻이다. 통상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뛸 때마다 보험료는 5~10% 할인된다. 현재 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지금의 예정이율이 고점이라고 판단한다면 종신보험 가입의 적기일 수 있다.

단기납과 저해지도 최근 종신보험의 트렌드다. 기존 10년 이상인 납입 기간이 5년으로 줄어들고 중도해지 환급금이 적은 대신 납입보험료가 더 저렴해진 것이다. 올해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 입장에선 저축성 보험 대신 마진이 좋은 보장성 보험을 더 많이 판매해야 하는데, 불경기가 겹치자 보험료 다이어트에 나섰다. 가령 동양생명은 최근 납입 기간에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일반형의 50%로 낮은 대신 보험료를 최대 15% 낮춘 신상품을 내놨다.

과거엔 순수 사망보장만 담겨 있던 ‘알종신’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엔 여러 옵션이 달려 있고 구조도 다양한 편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이 이달 출시한 ‘(무)백만인을 위한 종신보험 플러스’는 계약일부터 7년 지나고 주계약의 해지환급금이 1000만원 이상이면 특약을 통해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동양생명도 납입기간 경과 시 금리 변동 종신전환형 계약으로 전환하거나 사망보험금을 미리 받아 노후생활에 보탤 수 있도록 한 ‘(무)수호천사간편한알뜰플러스종신보험’을 지난달 선보였다.

KDB생명은 자녀양육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버팀목으로 키워주는 종신보험’을 내놨고 AIA생명은 중도 인출을 허용하되 장기 납입 시 보너스를 얹어주는 ‘(무)AIA 바이탈리티 평생 안심플러스 유니버셜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종신보험을 연금 등 다른 계약으로 전환할 때 애초부터 연금보험에 가입했을 때보다 혜택이 좋진 않지만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가입 연령도 확대되고 있다. 교보생명이 연초 출시한 ‘(무)교보뉴더든든한종신보험’은 남성은 78세, 여성은 80세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주계약 1억원 이상 가입 고객에겐 헬스케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유병자나 고령자도 쉽게 종신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특약을 활용해 중대 질환 치료비나 치매 보장 등 사망 전 보장도 누릴 수 있다. 물론 가입 연령이 낮을수록 보험료는 더 저렴해진다.

요즘 같은 부동산 빙하기에 종신보험은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세금을 내기 위해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받을 필요 없이 현금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보장성 보험이라 납입보험료 기준 연간 100만원 한도에서 12% 세액공제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