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부터 10년 이상 기업을 이끌어온 기업인이 가업을 물려줄 때 과세가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이 100억원 늘어났다. 상속세 인적공제 대상에 ‘태아’도 추가됐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자녀의 범주에 포함시켜 세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속세는 1950년 관련법 제정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유산 총액이 아닌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는 유산 취득분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로의 상속세제 전환을 추진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과 1997년 이후 26년째 그대로 유지된 공제한도(10억원)도 바뀔 가능성이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업상속공제 한도 100억원↑

지난해 정부의 상속세제 개편은 ‘원활한 가업승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상속세율은 최고세율(50%)에 대주주할증(20%)까지 포함하면 최대 60%에 달한다. 가뜩이나 제조업을 중심으로 가업을 이어받길 꺼리는 자녀 세대가 많은 상황에서 ‘상속세 폭탄’은 가업 상속에 걸림돌이 돼 왔다. 이 때문에 차라리 폐업이나 기업 매각을 택하는 기업인이 늘어나면서 기술 단절과 일자리 감소 등 국가 전체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상속세제 개편에 반영됐다.

올해부터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기업인이 가업을 물려줄 때 주어지는 가업상속공제 혜택 대상이 매출 4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됐다. 공제한도는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경우 300억원, 20년 이상은 400억원, 30년 이상은 600억원으로 100억원씩 높아졌다.
'상속자들' 稅 부담 줄어든다…올해부턴 배 속 아기도 인적공제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한 피상속인 요건도 종전 ‘최대주주면서 지분 50%(상장법인은 30%) 이상 10년 보유’에서 ‘지분 40%(상장법인 20%) 이상 10년 보유’로 완화됐다. 가업승계 시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 역시 가업상속공제 제도 변화에 맞춰 종전 1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늘어났다.

후계농 육성을 위한 세제 혜택도 확대됐다. 농·임·어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농지나 축사, 어선 등 영농 재산 상속 시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재산가액을 공제하는 제도인 영농상속공제 한도가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올랐다. 대신 공제를 받기 위한 피상속인의 영농 종사 기간이 2년에서 10년으로 대폭 늘어났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기간 귀농한 뒤 세제 혜택만 챙기는 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올해부터 인당 5000만원이 주어지는 상속세 인적공제 대상에 태아가 포함된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기존엔 자녀 또는 동거가족 중 미성년자까지만 공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올해부터는 상속이 개시되는 시점에 자녀인 태아가 있다면 인적공제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상속세 대폭 개편 예고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의 ‘화두’를 상속세로 잡고 있는 만큼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이미 상속세제를 유산 총액에 세금을 매긴 뒤 상속인들에게 재산을 배분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개인 상속 취득액별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국의 상속세제는 상속 재산 규모에 따라 10~50%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재산이 30억원을 넘어가면서부터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예컨대 A씨가 사망하면서 배우자와 4명의 자녀에게 10억원씩 총 50억원의 유산을 남긴 경우 현행 세법에선 약 15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50억원의 상속재산에서 기본공제 5억원과 배우자 공제 5억원을 뺀 40억원에 구간별 세율을 적용한 결과다. 결과적으로 1인당 상속세 부담은 약 3억원이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면 A씨의 배우자와 자녀가 내야 할 세금은 총 12억원이며 1인당 세 부담은 2억4000만원으로 줄어든다. 각 개인이 상속받은 10억원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면서 낮은 누진세율이 적용된 결과다.

정부는 현재 10억원인 공제한도 상향과 세율 인하 등 상속세 부담을 줄일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산취득세로의 전환과 결합될 경우 내년부터 상속세 부담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