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은 5년 주기의 재정추계가 나올 때마다 정치권을 달군 이슈였다. 하지만 2007년 노무현 정부의 개혁 이후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연금개혁은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국민연금의 ‘시한부 운명’은 제도 설계 때부터 예고됐다. 1988년 도입된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를 설계한 전두환 정부는 국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덜 내고 더 받는 방식’을 채택했다.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소득의 3%에 불과한 반면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70%에 달했다. 대신 보험료율을 5년마다 3%포인트씩 높여 1998년 9%가 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장기간 지속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국민연금의 2020년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고 2033년이면 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는 재정추계 결과가 나오자 제도 개혁에 착수했다.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수급개시연령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늦게 받고 덜 받는’ 1차 연금개혁을 했다. 보험료율은 올리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2차 연금개혁을 했다. 2003년 재정추계에서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이 2047년으로 예고되자 9%인 보험료율을 2030년까지 15.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60%에서 5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결국 소득대체율만 40%로 내리는 소폭 개혁에 그쳤다. 보험료율 인상은 무산됐다.

이후 국민연금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그나마 2009년과 2015년에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공무원연금을 개혁했지만 국민연금엔 손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연금은 물론 국민연금도 개혁하지 않았다. 2018년 재정계산에서 기금 소진 시점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대신 보험료율을 13%까지 인상하는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을 포함한 네 가지 개혁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재검토를 지시했고 결국 연금개혁은 무산됐다. 당시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부분’으로 보험료율 인상을 꼽았다.

지난 정부가 연금개혁을 미룬 결과, 올해 이뤄진 재정추계에선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예상 시점이 2년 더 빨라졌다. 5년 전엔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해 추계에선 2055년으로 앞당겨진 것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