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낼라"…정유업계, 역대급 실적에도 '표정관리'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정유사들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정유업계는 행여나 호실적을 빌미로 횡재세 도입 여론이 확산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66.6% 증가한 78조56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3조9천989억원으로 전년보다 129.6%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역대 최대치다.

현대오일뱅크가 이날 공시한 작년 한 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4조9천550억원, 2조7천898억원으로 역시 역대급 실적을 냈다.

에쓰오일(S-Oil)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42조4천460억원, 영업이익은 3조4천81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GS칼텍스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이처럼 정유 업계가 호실적을 거두자 횡재세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근 난방비 폭등 사태와 관련해 정유사로부터 횡재세를 걷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횡재세 도입에 대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유사에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 뜻을 피력했다.

한 총리는 "원유 생산과 정제를 모두 수행하는 세계 주요 정유사를 가진 다른 국가와 정제 마진에 주로 의존해 영업이익을 내는 우리 정유사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며 "아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유사 실적을 보면 정유 부문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정제마진도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정제마진도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평가 손실이 반영되면서 정유사들이 4분기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다.

4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SK이노베이션 6천833억원, 에쓰오일 1천575억원이다. 현대오일뱅크의 4분기 영업이익은 1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4.7% 급감했다.

다만 올해 1분기에는 정유사들이 견조한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전반적인 석유시장은 러시아 대한 제재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으로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경기 연착륙과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가 상승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산 원유 조달 비용이 낮아진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원유를 판매할 때 국제 원유 가격에 붙이는 프리미엄인 OSP(Official Selling Price)의 올해 1분기 평균 가격은 0.7달러로 작년 4분기(4.7달러)보다 4달러 하락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발표된 증권사 실적 전망을 집계한 결과,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천180억원, 6천890억원으로 추정된다. 양사 모두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