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과 기업은행이 나란히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예대 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확대되면서 이자 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분기 순이익은 줄어
KB금융은 작년 당기순이익이 4조413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발표했다. 전년(4조4096억원)보다 37억원 증가했다. 주식시장 침체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대출 증가와 순이자마진(NIM) 확대에 힘입어 순이자이익이 급증했다. 순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18.9% 늘어난 11조3814억원에 달했다.
국민은행과 KB손해보험의 순이익이 각각 2조9960억원, 5577억원으로 15.6%, 84.8%씩 증가했다. 반면 KB증권(2063억원)과 KB국민카드(3786억원)의 순익은 각각 65.3%, 9.6% 감소했다.
작년 4분기 순이익은 3854억원으로 전분기(1조2713억원) 대비 69.7% 줄었다. 희망퇴직 비용과 보수적인 경기 전망을 반영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룹 핵심 사업 부문에 대한 경쟁력 강화와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 노력으로 그룹 수수료 이익은 2년 연속 3조원 이상을 기록했다”며 “과거 대비 이익 창출 체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작년 4분기 NIM은 각각 1.99%, 1.77%로 3분기(1.98%, 1.76%)보다 0.01%포인트씩 높아졌다.
KB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2022년도 현금배당성향을 2021년과 같은 26%로 결정하고,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33%로 2021년보다 7%포인트 높아졌다. KB금융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이후 보통주자본(CET1) 비율 13% 수준 관리, 이 비율을 초과하는 자본의 주주 환원 등의 원칙을 포함한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발표는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어떤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나왔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국내 7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주주환원율을 당기순익의 최소 50%로 높이는 정책 도입을 요구했다. 이어 이달 9일까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본배치정책 및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하고, 공정공시를 통해 공식 발표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
기업은행 중소기업 대출 급증
기업은행은 전년 대비 15.3% 증가한 2조7965억원의 순이익(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은행 별도 순이익은 2조4705억원으로 전년(2조241억원)보다 4464억원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결과 작년 말 중기 대출 잔액이 전년 말보다 16조8000억원(약 8.2%) 늘어난 22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금융 시장 점유율은 약 23%를 차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과 같은 0.85%로 집계됐다. 대손비용률과 연체율은 각각 0.5%, 0.32%로 안정적인 건전성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 미래 위험에 대비한 손실 흡수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진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국책 은행 중 유일한 상장사로서 이윤을 창출해 공공성과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을 토대로 중소기업 지원 등 시장 안전판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연결기준 2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자회사 투자비용이 늘어나면서 영업손실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매출(연결기준)이 5217억원으로 전년보다 1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영업적자는 455억원으로 전년(272억원) 대비 더 늘어났다. 다만 순이익은 유보현금 운용을 통한 금융수익 증가 등으로 275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거래액은 118조원으로 1년 전보다 19% 늘었다.작년 4분기 매출은 1229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6%, 3분기 대비 13% 감소했다. 4분기 실적이 후퇴한 것은 작년 10월 발생한 IDC 화재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결제 부문에서는 10월과 11월 매출이 줄었지만 12월부터 회복되면서 전분기 대비 4.4% 증가했다. 다만 거래액은 30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IDC 화재에도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경기 침체와 IDC 화재, 주식 관련 잡음에 따른 부정적 평가 등 악재가 이어진 결과로 핑계 대지 않겠다”며 “올해는 사용자 편의성 개선, 다양한 혜택 등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실하게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지난해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는 2302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7% 증가했다. 사용자 한 명당 거래 건수는 7% 늘어난 101건, 월간 거래액은 9.5% 증가한 44만7000원으로 집계됐다.카카오페이 측은 “일본과 마카오, 싱가포르, 프랑스, 중국 등 글로벌 오프라인 결제처를 확장하고 있다”며 “해외결제 사용자의 편의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인수합병(M&A)과 관련해선 “결제 금융 등 카카오페이 사업 전반에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국내 M&A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백승준 카카오페이 사업협의체 총괄리더는 “올해 5월 대환대출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 갈아타기를 원하는 사용자 규모가 커진 만큼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을 비롯한 정유업계가 지난해 4분기에 합쳐서 조(兆)단위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정유회사는 물론 화학, 철강 등 산업계 전반에 ‘적자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다. 올 들어 수출길도 좁아지고 있는 만큼 적자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손실 683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622억원)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7일 발표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78조569억원, 영업이익 3조9988억원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66.6%, 129.6% 늘었다.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역대급 분기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4분기에 ‘적자 쇼크’에 직면했다. 계열사인 SK에너지를 비롯한 석유사업부문이 지난해 4분기 66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탓이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원유 재고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제품 마진(석유제품과 원유 가격의 차이)도 줄었다. 지난해 4분기 가솔린 제품 마진은 배럴당 5.1달러로 전 분기보다 3.8달러 내려갔다.에쓰오일도 작년 4분기 15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GS칼텍스도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오일뱅크는 12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적자를 겨우 면했다.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회사 3곳의 합산 영업적자는 1조원을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정유업체들이 줄줄이 적자를 낸 만큼 ‘횡재세’ 논의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횡재세는 석유를 채굴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표적으로 한다”며 “비싸게 원유를 들여와 기름을 정제한 한국 정유사들은 작년 4분기에 적자까지 기록한 만큼 횡재세를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화학업체들도 줄줄이 적자를 냈다.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지난해 코로나19로 봉쇄되면서 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가격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SK그룹 계열사인 SKC도 지난해 4분기에 2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효성도 작년 4분기에 1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아직 작년 4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등 다른 석유화학업체들도 영업적자가 유력하다.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도 지난해 4분기 각각 3700억원, 275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태풍 힌남노로 막대한 침수 피해를 본 데다 철강제품 가격이 하락한 결과다.LX그룹 지주회사인 LX홀딩스도 지난해 4분기 3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LG그룹에서 분리된 2021년 5월 이후 첫 분기 적자를 냈다. 건자재·가구 계열사인 LX하우시스가 129억원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적자폭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김익환/장서우 기자 lovepen@hankyung.com
KB금융은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52% 감소한 5조638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같은 기간 매출액은 88조8959억원으로 전년 대비 50.88%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4.39% 감소한 4조1917억원으로 집계됐다.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9.53% 감소한 5379억원이었다.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9조7368억원, 1561억원이었다.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