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6일 20원 넘게 급등하며 한 달 만에 1250원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 밖 호조를 보이고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다. 일본은행(BOJ) 차기 총재 후보로 ‘제2의 구로다’로 불리는 아마미야 마사요시 부총재가 거론되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원·달러 환율 급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3원40전 오른 1252원80전에 마감했다. 지난 1월 6일(1268원60전) 후 최고치다. 하루 상승 폭으로는 지난해 12월 6일(26원20전) 후 두 달 만에 가장 컸다.
미국 실업률이 54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긴축을 조기 종료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한풀 꺾인 결과다.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일 101.75에서 이날 103.14로 올랐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하는 아마미야 부총재가 차기 BOJ 총재로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원화 약세(환율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코스피지수도 미국의 긴축 연장 우려로 전 거래일보다 1.70% 떨어졌다.
긴축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로 채권 금리도 뛰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73%포인트 오른 연 3.283%에 마감했다.
美 긴축·日 엔저 전망에 원·달러 환율 다시 뛰나
올 들어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6일 20원 넘게 뛰며 한 달 만에 최고치로 올라선 건 미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상승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향후 유럽발(發) 변수도 만만치 않아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다소 과도할 정도이던 올 하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외환시장과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는 발언에도 조기 인하에 베팅한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일본 통화정책의 변화도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일본은행 차기 총재에 아마미야 마사요시 부총재가 거론되면서 일본은행이 당분간 엔화 약세 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원·엔 재정환율은 전 거래일 오후 3시30분 대비 5원52전 내린 100엔당 950원13전을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BOE)의 조기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도 원·달러 환율 상승(달러 강세)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3일 ECB가 긴축 종료를 시사하면서 독일 국채 금리가 크게 하락했고 유로·파운드화 가치도 떨어졌다”며 “달러 약세에 무게를 실어온 시장에 혼란을 준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과 호주중앙은행은 이날 9조6000억원 한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재연장하기로 했다. 기간은 5년이다. 2014년 처음 체결한 한·호주 통화스와프는 2017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 계약이 연장됐다. 이번에는 계약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
HMM 대한항공 등은 지난해 한국의 '달러 효자' 역할을 했다. 이들 항공·해운사 벌어들인 달러수익(운송수지)은 상품수지(상품수출에서 상품수입을 뺀 금액)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해상운송 수입이 급감하면서 운송수지도 휘청이고 있다. 해운사 실적이 훼손되면서 경상수지 적자폭이 커지고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선을 재차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에 1006.89를 기록해 전주와 비교해 22.86포인트 내렸다. 1000선을 밑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역대 최대치인 작년 1월 7일(5109.6)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해상운임 추락으로 HMM과 팬오션, 대한해운 등 국내 주요 해운 업체들의 외화 운송료 수입도 줄어들 전망이다. HMM의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9조8623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9198억원으로 추산됐다.HMM을 비롯한 해운사의 나빠진 실적은 운송수지(운송 수입에서 운송지출을 뺀 금액)를 훼손할 전망이다. 운송수지는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항목으로 한국 항공사·해운사가 화물·인력을 운송하고 해외에서 받은 운송료 순수익을 말한다. 지난해 해운사가 경상수지 안전판 역할을 하면서 달러 가치를 방어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운송수지 흑자는 167억3990만달러로 같은 기간 누적 경상수지(243억6990만달러)의 68%를 차지했다. 작년 제품 수출을 가리키는 상품수지(115억5110만달러)에 비해 경상수지에 더 크게 기여했다.하지만 해상운송료가 미끄러지면서 운송수지 흑자 폭도 큰 폭 줄어들고 있다. 작년 11월 운송수지는 4억7790만달러로 2020년 11월 후 최저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72.1% 증발했다. SCFI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만큼 올들어 적자로 전환할 우려도 크다. 여기에 상품수지와 밀접한 무역수지는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무역적자는 126억9000만달러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상품수지와 운송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이어가면 경상수지 적자 폭은 더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달러가 국내에서 빠지는 상황으로 달러 수급 여건이 나빠지면서 환율을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운송수지 적자가 환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18원1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247원 50전에 거래됐다. 미국 고용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여기에 국내 경상수지 적자와 달러 수급 여건이 겹칠 경우 환율을 밀어 올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변수가 현실화할 경우 환율이 재차 1300원 선을 뚫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외환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 2일 1220원30전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3일 1229원40전으로 올라선 데 이어 4일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선 1247원 선까지 뛰었다. 미국 고용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조치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결과다.4일 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247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원25전)를 감안하면 3일 서울외환시장 종가(1229원40전) 대비 18원85전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6일 서울외환시장이 열리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환율이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 밖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51만7000명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18만7000명)의 세 배에 육박한다. 1월 실업률은 3.4%로 시장 전망치(3.6%)보다 낮았다. 1969년 5월 이후 최저였다.당초 시장에선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를 근거로 Fed가 긴축을 조기 종료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고용지표 등이 발표된 뒤에는 긴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늘었다.달러 가치는 상승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3일(현지시간) 102.99로 전날보다 1.22% 올랐다. 달러 강세는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다.만약 Fed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한·미 금리차가 지금(1.25%포인트)보다 더 벌어진다면 환율이 또다시 뛸 가능성도 있다.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