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통화정책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세, 법인세 등 감면으로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추경이 편성되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데다 국가 채무는 더욱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6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열린 금통위에서 일부 위원은 “올해 하반기 불가피하게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을 잠재적인 전망 시나리오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 위원은 “정부 예산 편성 당시에 비해 경제 상황은 더욱 나빠졌고 부동산세·법인세 감면 조치로 세수는 예상보다 적게 걷힐 것으로 보인다”며 추경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은 관련 부서는 이에 대해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만큼 국세 수입 관련 불확실성은 높아 보인다”면서도 “추경 편성 여부는 향후 세입 상황이나 경기 흐름에 달려 있어 현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한은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 재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한 위원은 금통위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추세가 확인될 때까지 긴축적 정책 기조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일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기획재정부에서 건전 재정으로 가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어 물가뿐 아니라 위기관리에 정책 공조가 잘 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함께 행사에 참석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도 “정부 재정 운용이 올해는 새로운 큰 문제로 부상할 것”이라며 건전 재정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실제로 추경 편성을 추진하면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 경우 기준금리 인상 중단이나 인하 시기가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추경 편성 과정에서 기재부에 반대 의견을 전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해 5월 코로나 추경과 관련해 “규모가 커 물가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조화를 이루도록 조율해야 한다”며 한은과 기재부 간 정책 공조를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