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스마트폰 이을 새 먹거리"
삼성, 시니어케어 로봇 연내 출시
LG는 클로이로 상업용 시장 공략
발전적 경쟁으로 판 커질 듯
전자업계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는다. ‘1가구 1로봇’ 시대가 가까워졌다고 보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선 것이다. 서비스 로봇 시장은 4년 뒤 17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EX1’이라는 이름의 로봇을 출시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로봇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지속 투자하고 있다”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
EX1은 노인 운동을 돕는 기능을 갖춘 ‘시니어 케어’ 특화 제품이다. 보행과 효율적인 운동을 도울 수 있는 신체보조 로봇일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가 2019년 개발한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GEMS 힙’을 발전시킨 형태일 것이란 예상이다. 당시엔 출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첫 로봇 출시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서비스 로봇 시장이 무르익었다고 본 것”이라며 “인구 고령화로 서비스 로봇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본격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서비스로봇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TV·생활가전 중심의 1라운드, 스마트폰으로 맞붙은 2라운드에 이어 또 하나의 격전지가 형성될 전망이다.
이 분야에 먼저 뛰어든 것은 LG전자다. 이 회사는 2017년 공항에서 길을 안내하는 ‘클로이 가이드봇’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7종의 클로이를 출시했다. 삼성전자의 초기 서비스 로봇이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췄다면, LG전자의 주력 제품은 병원이나 도서관, 물류창고 등에서 활약하는 상업용 서비스 로봇이다. 식당에서 단순·반복 조리를 맡는 조리 로봇, 물건을 옮겨주는 배송·서빙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의 공략 지점은 다르지만 사업을 강화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다른 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협동 로봇 전문 코스닥 상장사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율은 약 10.3%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CJ대한통운과 차세대 물류 로봇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인공지능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와 협업을 시작했다.
업계에선 갈수록 커지는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두 회사의 ‘발전적 경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브랜드에센스마켓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21년 352억4000만달러(약 44조원)에서 2027년 1409억4000만달러(약 177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어느 쪽이 먼저 대중화를 이끄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비스 로봇은 대당 수천만원대다. 1000만원 선에서 시작해 기능을 추가하면 가격이 올라가는 제품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어느 정도 가격대로 출시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라는 구호가 평범한 근로자들에게 와닿겠습니까.”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도하는 노동조합 모임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성 노조가 근로자와 관계없는 문제로 힘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정치적 투쟁 노선을 두고 고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로고침 협의회 출범을 앞두고 열린 사전 회의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점에 대해 많은 논의를 거쳤고, 그 결과물이 지금의 협의체 성격으로 수렴됐다. 유 의장은 “노조 협의체로서 노동 정책이나 노동법 관련 이슈가 있다면 분명히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유학파인 그가 노동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계기는 2021년 초 업계에 불거진 ‘성과급 논란’이다. 불투명한 지급 기준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한 동료들의 생각을 묻기 위해 블라인드에 설문한 것이 그해 2월 26일 LG전자 최초의 사무직 노동조합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다.정치 투쟁 없이도 노동자에게 필요한 권리는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의장은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옳았다는 점이 증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MZ세대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업계 노조와 소통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단 나이나 세대보다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유 의장이 이끄는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는 가입자의 절반가량이 40~50대 중장년층이다. 그는 “‘공정성’이나 ‘정보의 투명성’ 등 가치관에 동의하느냐가 연대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유 의장은 “회사 연봉과 복지제도, 취업에 필요한 스펙 등 구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등 노동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5년간 1조200억원. 정부가 지난해 6월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성장을 위해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투자 규모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집행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주도로 마련된 민관 협력 채널인 ‘AI반도체 최고위 전략 대화’는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간 단 한 차례 열렸다. 전략 대화는 정부의 ‘AI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대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 대표 등이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시 이 조직을 정례화해 정부의 AI반도체 정책과 투자 방향을 공유하고 성장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K-클라우드 얼라이언스’ 출범식 전 1시간30분가량 한 차례 대화하는 데 그쳤다.이를 두고 업계에선 ‘구호만 그럴듯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표 당시에도 지원 금액이나 세부 방안이 문재인 정부 시절 발표한 ‘AI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재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초강대국’을 선언했으니 지원 강도가 높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다”며 “막상 대책 발표 후엔 해당 사안에 대한 정부 관심도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대책 내용 중 하나인 PIM반도체설계연구센터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간 상호 인력파견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기업에서도 담당 인력 운용이 빠듯한 와중에 ‘기술 유출’ 리스크를 떠안고 인력을 파견하는 게 어렵다는 전언이다.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발표한 AI반도체 연구개발 투자 계획(1조4123억원)보다 규모가 작은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더구나 지난해 6월 발표한 투자비 1조200억원 중 상당 부분은 문재인 정부 시절 투자 내용과 겹친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미국과의 경쟁을 감안하면 최소 10조원 정도는 AI반도체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정지은/이상은 기자 jeong@hankyung.com
삼성전자와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차세대 패키징(칩을 전자기기에 부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공정)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미세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반도체 칩을 하나의 기판에 담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어서다.14일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로프먼트에 따르면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시장 규모는 2021년 27억4000만달러에서 2027년 78억7000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19%의 가파른 성장세다.반도체는 일반적으로 IP(설계자산), 팹리스(설계), 파운드리(생산) 등의 전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뒤 후공정인 패키징과 테스트를 통해 최종 완성된다. 그간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전공정이 꼽혔다.하지만 최근에는 패키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 간 미세공정 경쟁이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난제라는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구글, 애플 등 독자 칩을 개발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가 늘어나면서 고객사 주문에 맞게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첨단 패키징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반도체 업체들이 패키징과 관련해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내 사업 조직인 AVP(어드밴스트 패키지)팀을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AVP팀은 첨단 패키징 관련 기술력 확보와 개발, 양산, 테스트, 운영 등의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는 현재 로직 칩과 HBM(고대역 메모리)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한 2.5D 패키징 기술 ‘아이큐브’와 여러 개의 칩을 수직으로 쌓는 3D 패키지 기술 ‘엑스큐브’ 등을 주력으로 첨단 패키징 사업을 진행 중이다.현재 패키징 기술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대만의 TSMC다. 10여 년 전부터 세계 1위 후공정 업체인 대만 ASE그룹 등 현지 업체들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방대한 후공정 생태계를 구축한 결과다. 최근엔 일본 쓰쿠바시에 후공정 전문 연구개발 시설을 짓는 등 해외 거점 확보에 나서고 있다.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