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일대 하이엔드 주거시설, PF 자금 경색으로 사업 차질
상위 1%의 자산가를 겨냥한 하이엔드 주거시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하이엔드 주거시설은 부동산 호황기 고수익을 노린 신생 디벨로퍼들이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대거 뛰어들었으나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디벨로퍼 아스터개발은 보유 중인 역삼동 부지를 마스턴투자운용에 매각하려던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부지 매각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시장 경색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중이다. 아스터개발은 부지 매입, 개발 추진, 이자 비용 등을 포함해 매각가로 1900억원 이상을 원했으나,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협상이 어려워지고 있다. 아스터개발은 이 부지를 2021년 SK D&D로부터 1200억원에 인수했다.

부지는 하이엔드 오피스텔로 준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자금 경색과 금리 상승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차환이 어려워졌다. 아스터개발은 대주단과 협의를 통해 지난달 10일 CP 만기를 세 번째 연장했다. 만기는 오는 5월 10일이다.

아스터개발은 논현동과 잠원동 필지도 브리지론만 받은 뒤 본 PF로 넘어가는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만기 연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성이 악화하면서 본 PF 전환 가능성도 줄었다. 업계는 사업이 계속 지연될 경우 회사 측이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신생 디벨로퍼인 루시아홀딩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기획한 3.3㎡당 가격 2억원대의 고급 주택 ‘루시아 청담 514 더 테라스’는 본 PF로 전환하지 못하며 공매 위기에 처했다. PF 대주단은 시행사인 루시아홀딩스에 기한이익상실(EOD)을 통보했다. 대출 만기일인 작년 12월 20일 원리금 상환에 실패하자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았다.

한 PF 관계자는 “강남권 하이엔드 주거시설이 지난해 초까진 분양이 잘됐으나 중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이엔드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분양가가 떨어지고 공사비가 오른 데다 금융비용이 늘어나며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어 악순환이 이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