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소형 전기차의 판매량이 1년 만에 다시 2000대를 돌파했다. 초소형 전기차는 기동성이 좋고 유지·관리비가 저렴해 지금은 단종된 미니 상업용차인 다마스, 라보를 대체할 ‘소상공인의 발’로 주목받고 있다.

'소상공인의 발' 초소형 전기차…中 저가 공세에도 국내 중기 약진
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초소형 전기차 판매량은 총 2129대로 전년 대비 30.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상업용 전기차의 판매량은 전년보다 63.2% 증가한 790대였다. 승용 전기차는 1339대로 17.3% 늘었다.

초소형 전기차는 최고 출력 15㎾ 이하 전기차를 말한다. 국내에선 최고 시속 80㎞, 무게 600㎏(상업용차 750㎏) 이하 등으로 조건이 제한된다. 작년 판매량 1위 모델은 쎄보모빌리티의 2인 승용 전기차 ‘쎄보C SE’(995대)였다. 쎄보모빌리티는 지난해 초소형 전기차를 1003대 판매했다. 이 업체는 국산 초소형 전기차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승용 전기차만 보면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판매량 2위는 디피코가 출시한 초소형 전기 화물차 ‘포트로’(600대)다. 이 차량의 부품 국산화율은 87%에 이른다. 지난해 우정사업본부에 우편 배달용 차량 123대를 납품한 비결이다. 3위는 마이브의 승용 전기차 주력 모델 ‘M1’으로 230대가 팔렸다.

국산 초소형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2764대로 정점을 찍고 하락하다가 지난해 다시 상승세를 탔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온라인 주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물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초소형 전기차는 크기가 작고 소음과 매연이 거의 없어 주택가에서 움직이기 편리하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실제 구매비용이 한 대당 1000만원 선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소상공인에게 인기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2025년 1만4000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중소·중견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일반 전기차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 대기업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데다 기술 진입장벽도 낮기 때문이다.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도 활발한 편이다. 국내 1위 농기계 전문기업 대동이 지난해 대구에 연간 최대 14만5000대의 모빌리티를 생산할 수 있는 S팩토리를 준공하고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산 초소형 전기차도 국내 시장에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초소형 전기차 내수 시장은 연간 4000~5000대 규모다. 이 중 약 절반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업체 둥펑샤오캉의 소형 화물 밴 ‘마사다’는 지난해 중국산 소형 밴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시장 판매량 1000대를 돌파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1억658만달러(약 1333억원)로 전체 전기차 수입액의 8.5%를 차지했다. 2021년(2.3%)보다 비중이 4배 가까이 뛰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