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각종 수수료 감면과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금융회사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며 은행들을 압박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라며 이런 기조에 힘을 실었다.
사라지는 수수료
신한은행은 오는 10일부터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만 60세 이상 고객의 창구 송금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고 5일 발표했다. 창구 송금 수수료는 송금액에 따라 건당 600~3000원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조치를 통해 고객 약 25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온라인 금융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 고객이 부담 없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시중은행 최초로 모바일뱅킹 앱 ‘뉴쏠(New SOL)’과 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와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를 없앴다. 이후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다른 은행들도 비대면 수수료를 없앴다.
은행들이 감면에 나선 것은 이체 수수료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은 취약 차주의 중도 상환 수수료를 1년간 면제하기로 했다.
낮아지는 대출 금리
은행들은 대출 금리도 속속 낮추고 있다. 3일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95~6.89% 수준이다. 한 달 전(1월 6일·연 5.08~8.11%)보다 최저 금리가 0.13%포인트, 최고 금리는 1.2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0.05%포인트(신규 취급액 기준) 낮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낙폭이 크다는 평가다.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연 4.13~6.64%)와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5.15~6.26%)도 한 달 새 상단과 하단이 0.506~0.69%포인트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대출 금리 내림 폭이 지표금리 하락 폭을 웃돌았다.
체감 효과는 낮을 듯
다만 은행들의 이런 노력이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고금리에 시달리는 취약 차주들의 실질적 부담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주담대 금리 인하 혜택은 대출을 새로 받는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통상 주담대 변동금리는 전월 기준 코픽스에 가산금리를 더해 6개월마다 한 번씩 바뀐다. 지난해 말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금융소비자는 올 상반기가 지나야 하락분이 신규 금리에 반영되는 구조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수수료의 경우 은행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어쨌든 수익이 나는 부분을 은행들이 포기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민간 기업인 금융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임원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은행은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며 “은행 시스템은 군대보다, 국방보다도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의 여·수신금리 산정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시장금리 체계에 혼선이 올 수 있다”며 “공적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것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최후의 방파제로서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 은행의 체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한복판에서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민주당이 국회 밖에서 ‘장외투쟁’을 벌인 것은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 이후 약 6년 만이다.민주당은 지난 4일 서울 시청역 7번 출구 숭례문 방향 도로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포함해 현역 의원만 100여 명이 참석했다. 원외 지역장과 중앙당·지역위원회 당직자, 당원 등을 포함해 2만여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무대에 선 지도부는 ‘민생파탄 못 살겠다’ ‘검사독재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흔들었다. 무대 밑에서는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이 대표는 이날 20여분에 걸쳐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경제 분야 정책과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에 경고한다. 이재명은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말라”며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갔던 길을 선택하지 말라. 국민의 처절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겨냥한 듯 “정치 보복에 국가 역량을 낭비하는 바람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추락했다”며 “검찰이 국가 요직을 차지하고 군인의 총칼 대신 검사들의 영장이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모든 것이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전쟁(대선)에서 진 패장의 삼족을 멸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을 위로로 삼겠다”며 “국민의 피눈물과 고통에 비한다면 제가 겪는 어려움이 무슨 대수겠느냐. 역사적 소명을 뼈에 새기겠다”고 덧붙였다.민주당이 장외집회에 첫발을 뗐지만, 재차 거리로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장외집회를 잇따라 열어 규탄 수위를 올려야 한다”는 강경파의 주장과 “원내 제1당으로서 장외투쟁 방식은 부적절하다”는 비이재명계의 우려가 공존하고 있어서다. 지도부는 이 대표가 전국을 돌며 진행 중인 ‘경청 투어 국민보고회’를 겸해 경기 지역에서 추가 장외집회를 열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원내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민생파탄과 검찰 악행이 계속된다면 2차, 3차 집회도 열 수 있다”면서도 “아직 추가 장외집회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장외투쟁은 소수당이 국회 내 문제 해결 방법이 전혀 없을 때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를 위한 ‘국회 밖 무력 시위’로 비치면 중도층이 돌아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 아니냐”며 “실체도 없는 윤핵관이라는 말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윤핵관을 겨냥해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고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가 5일 전했다. ◆“윤핵관이란 말, 악의적 프레임”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주말 사이 안 의원의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해 듣고 “(윤핵관은) 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쓸 말은 아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윤핵관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이 주변 참모들에게 휘둘리는 사람처럼 보이도록 한 ‘악의적 프레임’이라는 게 윤 대통령 판단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친윤계 핵심 인사들을 공격할 때 사용한 표현이기도 하다.윤 대통령이 안 의원의 윤핵관 언급에 ‘비상식적’ ‘극히 무례’ 등과 같은 말로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 의원은 인터뷰에서 “사실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윤핵관에서 찾는다”며 “너무 심하고 무리하게 사람들을 쳐내고 자기들만의 아성을 구축하는 그런 모습을 국민이 제일 싫어한다”고 날을 세웠다. ‘윤핵관의 지휘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윤핵관의 지휘자는 장제원 의원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안 의원은 5일에도 비판을 이어갔다.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와 선관위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라는 익명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해 ‘윤심이 있다 없다’라는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을 겨냥해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이라는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도 강조했다. ◆“대통령과 대표 후보 동격 아냐”그러자 윤 대통령 참모들도 안 의원 비판에 가세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아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한 뒤 브리핑을 자청했다. 이 수석은 안 의원이 최근 잇단 인터뷰에서 ‘윤·안 연대(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연대)’를 앞세우는 것에 대해 “대통령과 (당대표)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이야기하냐”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대통령실 참모를 향한 비판에 대해선 “일부 후보가 대통령실 참모들을 간신배로 모는 것은 굉장히 부당한 이야기”라며 “대통령이 간신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계시겠나”고 했다.대통령실에선 “새 정부 출범 후 그동안 안 의원에 대해 쌓였던 윤 대통령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윤 대통령은 사석에서 안 의원에 대해 “(정부 출범 후) 나와 밥 한번 안 먹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내 생각을 잘 아느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천하람·황교안(가나다순) 등 6명의 당대표 후보가 예비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최고위원 후보는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 등 13명으로 좁혀졌다. ‘컷오프’로 불리는 예비경선은 오는 8~9일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진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우리은행이 혁신성장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을 위해 ‘우리 신성장동력 대출’을 출시했다. 혁신성장 품목은 정부가 ‘혁신성장공동기준’에서 지정한 296개 품목이다. 기능성 탄소 소재, 메타버스, 스마트 모빌리티, 지능형 서비스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신성장동력 대출은 재무 실적이나 담보력이 미흡하더라도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면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기술력 우수 업체는 업무용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우대한다. 대출 기간 중 원금 상환 비율도 줄였다. 아울러 △신규 고객 △기술 등급 △지식재산권 담보 제공 여부 등에 따라 추가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우리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발맞춰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상품을 기획했다”고 했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