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17년 만에 중간 배당을 재개했다. 회사 측은 “주주가치 제고”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표밭 다지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최 회장 일가는 그간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와 고려아연 지배력을 놓고 지분 경쟁을 해왔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연 1회 중간 배당을 하겠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당기순이익의 30% 이상 배당 성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회사는 2000년 이후 9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30% 안팎의 고배당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중간 배당을 결정한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회사 측은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운 기업이다. 두 가문은 70년 넘게 동업 관계를 지속해 왔다. 그러다 최근 들어 양쪽이 계열사 등을 동원해 지분을 경쟁적으로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까지 최 회장 일가가 29.14%(우호 지분 등 포함), 장 회장 일가가 31.95% 지분을 확보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성장 전략을 내세우며 지배 체제 확립에 나선 최 회장으로서는 이사회 주도권을 유지해 경영권을 안정화하는 데 사활을 걸 가능성이 크다. 그는 신사업뿐 아니라 온산 제련소 설비투자에도 3619억원을 쓰겠다는 투자 계획을 내놨다. 마침 최 회장 측에 우호적인 이사회 구성원 11명 중 6명의 임기가 오는 3월 24일 만료된다. 장 회장 일가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나설 경우 두 가문 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고려아연은 작년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1054억7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3% 감소했다고 2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9544억원, 순이익은 2549억4200만원으로 매출은 1.1% 감소, 순이익은 25.1%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1조2115억원, 영업이익은 92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4% 증가, 영업이익은 15.9% 감소했다. 이 기간 순이익은 7963억원으로 1.8% 줄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FCP, 차석용·황우진 전 대표 추천…안다 "교수·여성임원 출신" 내세워행동주의 펀드들이 오는 3월 예정된 KT&G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제각기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나서고 있다.KT&G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2명의 임기가 만료된다.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KT&G 주주총회를 앞두고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FCP는 "KT&G 주주총회를 앞두고 인삼공사 분리 상장, 주주환원 및 거버넌스 정상화 등의 내용을 담은 안건 제안서를 공식 접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주주설명회 당시 제안한 KT&G 대표이사와의 공개토론, 이사회 미팅 등이 경영진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식적으로 주주총회 안건 상정을 위해 주주제안서를 송부했다"고 덧붙였다.이에 KT&G 측은 "오는 26일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해 KT&G 그룹의 미래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실행전략, 전체 주주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미래 비전 및 성장 전략에 대해 주주를 비롯한 시장관계자들과 공개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또 "적법한 요건을 갖춰 들어오는 주주 제안에 대해서도 향후 관련 절차를 통해 전체 주주들의 의견을 정중히 수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안다자산운용도 KT&G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 서한을 지난 17일 보냈다고 밝혔다.안다자산운용 역시 KT&G에 인삼공사 인적 분할 상장 등을 요구해왔다.안다자산운용은 "국내 재무·회계 전문가인 교수와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담당 여성 임원 출신을 추천했다"며 그들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는 추후 공개하겠다고 전했다./연합뉴스
고려아연 지배력을 둘러싸고 이 회사 최윤범 회장 일가(우호 주주 지분 등 합계 29.14%)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31.95%)의 지분 경쟁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두 가문의 지분 경쟁은 고려아연 이사진 과반수가 바뀌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더 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 일가가 장악한 이사회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장 회장 일가가 표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2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 회사 이사회 구성원 11명 가운데 6명 임기가 오는 3월 24일 만료된다. 최창근 명예회장과 노진수 부회장, 백순흠 부사장 등 사내이사는 물론 한철수·김의환·김보영 사외이사 임기가 끝난다. 이들을 비롯해 11명의 이사진은 회사 경영을 맡은 최윤범 회장 일가에 우호적 인사로 분류된다.이들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총에서 재선임되거나 일부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은 주총에서 6명의 이사 후보 선임을 위한 안건을 올릴 전망이다.장형진 회장은 최씨 일가가 쥐고 있는 이사회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주총에서 표 대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 회장 일가가 3월 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을 통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 경우 두 가문은 표 대결이 본격화되는 등 갈등 양상도 겉으로 드러날 전망이다.이 같은 표 대결 분위기는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지분매입 경쟁에서도 일부 포착됐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의 형태로 지난해 다수의 우호 주주를 확보했다. LG화학(지분 1.97%), 세계 2위 원자재 거래기업인 트라피구라(1.55%), ㈜한화(1.2%), 한국투자증권(0.80%) 한국타이어(0.78%), 조선내화(0.20%) 등이다. 최 회장의 모친인 유중근 전 대한적집자사 총재가 최대 주주로 있는 영풍정밀은 지난달 27일 고려아연 주식 350억원어치를 매입해 지분율을 1.92%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최 회장 친인척과 우호 주주 지분은 29.14%에 달했다.장 회장 일가도 지난해 들어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현재 31.95%를 보유 중이다. 장 회장 일가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테라닉스, 코리아써키트, 에이치씨 등은 지난해 9~12월에 고려아연 주식 1318억원어치를 추가 매입했다.동업을 하며 회사를 이끌어온 양측이 지분경쟁과 표 대결에 나선 배경으로는 최 회장의 신사업 전개가 꼽힌다. 회장은 지난해부터 신재생·그린수소 에너지와 2차전지 소재산업, 리사이클링 자원순환 등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금을 외부에서 유치하는 등을 놓고 장 회장 일가와 불협화음이 생겨 관계가 틀어졌다는 분석이 많다.장 회장 일가가 최 회장 일가보다 고려아연 보유 지분이 2.8%포인트가량 더 앞선다. 하지만 장 회장 일가가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려아연 지분 8.75%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가 표 대결이 벌어졌을 경우 판세를 가를 '캐스팅 보트'가 될 전망이다.기관은 최 회장 일가에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 회장의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놓고 기관의 기대가 높아서다. 여기에 트라피구라 등 글로벌 업체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용한 가풍으로 유명한 장 회장 일가가 표 대결 전개 때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사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