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이상이 되면 사람들이 사라지기라도 하는걸까?’ P&G, 로레알 등에서 오래 근무했던 마케터 손솔레즈 곤잘레즈(Sonsoles Gonzalez)의 질문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평소 뷰티업계에서 10대 후반~44세까지 만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것에 불만을 느껴왔던 그녀의 질문은 사실 많은 산업, 거의 모든 마케터들이 겪는 현실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급속하게 고령화를 향해 있고, 시니어 솔루션이 넘쳐나야 할 것 같지만 브랜드의 현실은 오히려 시니어 세대에 무관심하다.
산업을 불문하고 많은 브랜드들은 MZ세대에게 집중하면서 그들의 성향과 취향을 분석하고 그들에게 최적화된 제품과 소통을 고민하고 있다. 44세 이상의 욕망에는 관심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추상적인 액티브 시니어로서 머릿속에만 있는 이상적 시니어상만 품고 있을 뿐 현실 시니어의 욕망을 살필 여력이 없다.
그러나 메가트렌드는 바꿀 수 없다. 기대수명의 증가와 출생률 감소, 국가와 사회의 고령화는 이미 정해진 미래다. 그리고 시장이 따라간다. 젊은 층에서 시니어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시니어 시프트 역시 정해진 미래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시기가 바로 2020년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속도라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다. 이처럼 극심한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가 시니어가 된다. 베이비붐 세대 이전의 노인과는 다른 구조로 시니어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시니어 기획은 지금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들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이들의 70대, 80대와 함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거대한 시니어 시장, 견고하고 경직되었던 이 시장의 판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이들 새로운 시니어들을 중심으로 시작될 것이다.
마케팅 고객 대상에선 사라진 50+ 세대는 현실에서는 사라지긴커녕 더 길게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시니어들이 지금까지 마케팅 고객 대상에서 제외된 요지부동의 노인네들이 아니라, 생산성 최고조였던 베이비붐 세대, 그리고 시장의 판도를 움직였던 X세대들까지를 포함한다는 사실은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시니어 시장을 읽는 방법, ‘불안’과 ‘욕망’
시니어 시장을 움직이는 축은 ‘돈’, ‘건강’, ‘관계’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없음에 따라, 건강 여부에 따라, 사회적 관계가 활성화된 정도에 따라 소비 성향이 달라진다.
이 세 가지는 시니어의 3대 불안이기도 하다. 돈, 건강, 관계가 모두 여의치 않은 ‘빈곤’, ‘질병’, ‘고립’의 상태는 가장 피하고 싶은 노년이다. 그런데 시니어를 움직이는 것이 오직 불안뿐일까? 시니어의 불안뿐 아니라 시니어의 ‘욕망’을 헤아릴 수 있어야 시니어 시장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실버산업을 거치며 그나마 돈, 건강, 관계에 대한 불안을 읽는 데에는 제법 익숙하지만 시니어들의 욕망은 낯설다. 하지만 불안과 욕망을 함께 보지 않으면 시니어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욕망은 언제나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고, 충족되지 못한 결핍과 관련이 있다.
시니어 세대의 젊은 시절에서 충족되지 못했던 결핍들은 고스란히 시니어 시기를 보낼 욕망이 된다. 시니어의 욕망은 개성, 관계, 취향, 그리고 성장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4가지의 욕망은 모두 시니어 개인에 집중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니어 개인의 진짜 모습에 가까워지려는, 개인으로서의 행복과 변화를 추구하려는 방향성에 있다. 불안이 시니어 시장을 단단하게 한다면, 욕망은 다채롭게 만든다. 이제 시선을 집중시켜야 할 것은 우리가 그동안 보지 않았던 시니어의 욕망이다. 욕망은 시니어의 숫자만큼 다양하겠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한 욕망의 동인과 영향력을 탐구하는 것은 시니어 시장을 접근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비교적 건강하고 보통의 경제적 여유를 갖는 대다수의 평범한 시니어들의 일상, 그 속에 있는 불안과 욕망이 시니어 시장을 만든다. 불안과 욕망을 함께 읽어내야 입체적인 시니어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시니어를 시장 이상으로 보는 더 넓은 시각, 무엇보다 다정한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 시니어는 처음 만나는 100세 시대의 첫 번째 시니어다. 그들이 가는 길이 향후 앞으로의 세대인 X세대, MZ세대, 그리고 알파세대가 갈 길이므로, 그들의 노년은 부디,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 행복한 시니어가 다른 세대의 불안을 잠재울 것이다.
지금 마케터와 기업의 할 일은 시니어가 더 행복해지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시니어에게 다정한 브랜드, 다정한 기업이 시니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소비의 양극화’가 요새 눈에 띄는 소비자 행동 양식입니다” 김나영 닐슨아이큐코리아 상무는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지만 홈파티에서는 위스키 하이볼을 즐기는 식의 ‘소비의 양극화’가 과거 경기 불황 때와 다른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이처럼 같은 소비자 내에서도 양극화된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어, 소비자가 어디에 ‘선택적’으로 집중할지를 이해하고 그것이 내 카테고리와 브랜드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닐슨아이큐코리아 소매사업부에 2006년 입사해 2017년까지 소매점 데이터 서비스, 소비자 패널 사업부, 이커머스 팀을 거쳤다. 싱가포르 오피스에서 5년 정도 근무하면서 아시아 마켓 지식과 글로벌 업무 역량을 키웠고, 지난해부터 한국 오피스에서 고객 서비스(Customer Success) 팀을 총괄하고 있다. Q: 닐슨아이큐는A: 독립적인 퍼포먼스 측정 기업으로 글로벌 100년, 한국에서는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다양한 유통사와 데이터 협력을 추진하고, 업계를 선도하는 온·오프라인 채널 구축에 힘써왔다.고객 서비스 팀은 닐슨아이큐가 자체 수집하고 가공한 마켓 지표를 데이터 베이스, 레포트, 분석 발표 등 다양한 형태로 제조사에 제공하면서 가장 최전선에서 고객사의 목소리를 듣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다. Q: 기억에 남는 성과는A: 데이터를 서비스하는 업무 특성상 직접적으로 물건을 제조하거나 마케팅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가 제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제품이 나오거나 제품의 마케팅 및 영업 방향이 개선되는 것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오랫동안 국내 유명 식품회사를 담당했던 적이 있는데 분기별로 진행하는 보고회에서 제언했던 내용이 다음 분기 성과에 반영되어 있는 것을 자주 경험했다. 그 회사는 아직도 해당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객관적인 데이터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결과를 적극 반영하고자 한 기업 문화가 탄탄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닐슨아이큐의 강점은A: ‘공유하고 학습하는 문화’다.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는 것이 아닌 컨설팅과 관련된 사업이다 보니 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성장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고, 그에 상응하여 배움과 공유의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내부적으로 위·아래 혹은 동료 그룹끼리 서로 아는 것은 알려주고 공유하는 분위기가 잘 형성되어 있다. 주요 행동 강령 중 하나가 ‘Be inclusive and help others’일 정도로, 경쟁의식 보다는 함께 성장하자는 분위기다.교육 관련해서는 회사에서 다양한 온·오프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우선 가치 중 하나로 가져가 개인 역량 개발에 큰 장점이 있다.더불어 조직이 수평적이고 유연하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외국계 기업의 특성 및 젊은 인력이 많은 것이 조직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미 10년 전부터 스마트 오피스, 핫 데스크 제도를 실시해 오고 있고,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시점에서도 주 2회 정도는 재택을 유지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마지막으로 100년의 역사를 통해 축적된 방대한 양의 정보와 노하우를 얻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각 지점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인사이트 공유가 활발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와 소비자 동향을 이해하는 거시적인 관점을 기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Q: 고객사들의 니즈는A: 고객사 미팅을 다녀보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다른 카테고리 동향’과 ‘업계 소식’이다. 본인이 담당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훤하지만 다른 카테고리나 업계 동향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반면 닐슨아이큐코리아에서는 100개 이상의 카테고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트렌드 설명, 혹은 타 카테고리 예시를 통한 연계 분석이 가능하다.예를 들어 최근 제로 슈가 열풍이 불고 있는데, 맥주 제조사에 논알콜 맥주에 트렌드에 대해 설명할 때 맥주 카테고리 뿐만 아니라 제과·음료 군에서의 제로 트렌드를 곁들여 설명해 드리면 인사이트가 더욱 풍부해진다. Q: 데이터·리서치 업계의 역할은A: 소비재 산업군을 통상 ‘FMCG (Fast moving consumer goods)’라고 부른다. 최근 불확실한 시장 상황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 이름 값 이상으로, 어느 때보다도 시장과 소비자가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하는 때인 것 같다.이에 따라 데이터·리서치 업계에서도 적시에 필요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유연한 조직, 선진화된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며, 국경을 넘어선 소비가 이루어지는 만큼 글로벌 동향을 동시에 파악하고 고객사에게 전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Interviewer 한 마디김나영 상무는 자신이 마케팅이나 경영을 전공하지 않았다며 “좋은 컨설턴트, 데이터 분석가가 되는 것은 사실 전공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전공 보다는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관심 있는 업계의 동향을 계속 살펴보고 그냥 기사나 숫자가 아닌 실제 매장에 가서 제품을 살펴보고 써보는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기심은 업무에서나 개인 커리어에서나 성장을 위한 매우 강력한 동력이다. 장경영 선임기자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5694
한국은 ‘라면 공화국’이다. 라면 시장 규모가 연 2조원이 넘는다. 최초의 라면은 1963년 삼양식품이 선보였다. 1975년 후발주자 농심이 추격에 나섰고, 1983년 팔도가, 1988년 오뚜기가 가세했다. 라면 시장 점유율은 농심이 53.4%로 가장 높고, 오뚜기 23.4%, 삼양식품 11.0%, 팔도 8.9% 등의 순이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2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라면’).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란 히트 상품으로 ‘라면 원조’의 자존심을 살렸다. 2012년 4월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 내수 8000억원, 수출 1조7000억원으로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끌었다.출시 초기에는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꾸준히 마니아층을 확대하고 커리, 핵,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확장 제품들을 잇달아 성공시켜 ‘대세 라면’으로 자리잡았다.삼양식품 관계자는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며 “이제 불닭볶음면은 한 번쯤 도전했거나 도전해봐야 하는 ‘K푸드’의 아이콘이 됐고, 매운맛 특유의 중독성으로 국내외 라면 시장에서 ‘파이’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의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불닭볶음면은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출시됐다. 2011년 초 김 부회장은 우연히 방문한 명동 매운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스트레스 풀린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강렬한 매운 맛도 라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이후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찾아 직접 맛을 봤다. 또 세계 여러 국가의 다양한 고추를 연구하며 한국식의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몰두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매운맛을 찾기 위해 청양고추, 하바네로고추,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등 세계 여러 지역의 고추를 혼합해 최적의 소스 비율을 찾았다. 회사 관계자는 “위가 약한 연구원들은 매일 계속되는 매운맛 시식에 약을 복용하기도 할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전했다.매운소스 2톤, 닭 1200마리를 투입해 약 1년간 연구개발한 끝에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월 7억~8억원 정도였는데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3달 만에 2배로 증가했다.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유튜브 챌린지 동영상 100만개 넘어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면서 매운 맛을 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조합이 입소문을 탔다. 불닭볶음면과 스트링 치즈, 참치, 계란 등의 부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가 등장했다.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다양하게 즐기는 소비자들을 보며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의 확장제품을 잇달아 내놨다.불닭볶음면에 크림소스를 섞어먹으면 맛있다는 소비자들의 레시피에 착안해 2017년 12월 국내 한정판으로 출시한 까르보불닭볶음면은 3개월간 3600만개가 판매됐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2018년 5월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정식 제품으로 출시됐고 불닭볶음면과 함께 불닭브랜드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불닭볶음면과 후속 제품들이 연달아 히트를 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삼양식품 관계자는 “별다른 광고도 진행하지 않은 불닭볶음면이 빠르게 인기를 얻게 된 데는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주효했다”며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쉬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유튜브에 ‘Fire Noodle Challenge’를 검색하면 100만개 이상의 영상이 검색될 정도로 불닭볶음면은 하나의 제품을 넘어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고 소개했다.■ 해외 소비자 겨냥 맞춤형 제품 출시삼양식품은 불닭브랜드의 인기가 유튜브에서의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도록 애썼다. 우선 수출 초기부터 KMF 할랄 인증을 획득해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살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서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2014년 KMF 할랄 인증에 이어 2017년 9월에는 인도네시아 MUI 할랄 인증을 받아 할랄푸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제품 개발을 통한 불닭브랜드의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매운맛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로 폭 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했다. 특히 각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한 현지 맞춤형 제품들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중국에선 현지의 대표 매운맛으로 통하는 ‘마라’를 활용한 ‘마라불닭볶음면’을, 미주지역에선 인기 핫소스 ‘하바네로’를 접목한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들을 겨냥한 ‘콘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불닭볶음면은 ‘강렬한 매운 맛을 라면에 적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 아이디어를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실제 제품으로 현실화시키기 위해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가 글로벌 히트라는 성과를 낳았다.유튜브를 통해 소비자들의 매운 맛에 대한 ‘도전’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를 만들어낸 전략도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해외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형 제품 개발도 주목할만하다.불닭볶음면은 아이디어가 생겼다면 그것을 발전시키는 열정과 그 열정을 뒷받침할 전략이 필수적이란 점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사례다.장경영 선임기자■ 전문가 코멘트□ 천성용 단국대 교수매년 수많은 신제품이 시장에 출시된다. 이 중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성공하는 제품은 과연 몇 개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의 신제품은 성공은 커녕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한 채 시장에서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그 좋아 보였던 신제품 아이디어는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어쩌면 애초부터 ‘제품 아이디어’만 좋았을 뿐 제대로 된 ‘제품 콘셉트’가 없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제품 콘셉트(product concept)”란 ‘소비자의 언어로 표현된 디테일한 버전의 제품 아이디어’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유에 타먹을 수 있는 가루 형태의 영양식’을 만들겠다는 신제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가정해보자. 이 아이디어만으로 제품이 될 수 있을까?좋은 아이디어만 믿고 무작정 시장에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제품 콘셉트가 준비되지 않은 신제품은 맨손으로 전쟁터에 뛰어드는 군인과 다를 바 없다.좋은 제품 콘셉트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1)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제품을 누가 소비할 것인가(who?), (2)우리 제품만이 전달할 수 있는 주요 혜택이 무엇인가(primary benefit?), (3)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언제 소비할까(when?), (4)우리 제품과 경쟁할 기존의 경쟁자는 누구일까(competitors?)이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는 “좋은 제품 콘셉트”로 재탄생된다. 앞서 언급한 ‘우유에 타먹을 수 있는 가루 형태의 영양식’ 아이디어 역시 위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직장인이 아침식사 대신 빨리 먹을 수 있는 아침 음료” 콘셉트로 출시될 수도 있고, 혹은 “아이들이 오후에 기분 전환으로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스낵 음료” 콘셉트로 출시될 수도 있다. 어쩌면 “어르신들이 자기 전에 먹는 영양 보충 음료”라는 전혀 다른 콘셉트로 개발될 수도 있다.불닭볶음면 역시 ‘강렬한 매운 맛을 가진 라면’이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다. 삼양식품은 이 아이디어에 매운맛에 대한 “도전”이라는 가치를 덧붙이고,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을 통해 “색다른 매운맛을 경험하는 재미”를 강조해 차별적인 제품 콘셉트를 완성했다. 바이럴 마케팅으로 K푸드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 역시 붉닭볶음면만의 제품 콘셉트를 강화하는데 일조했다고 판단된다.이처럼 모든 신제품은 언제나 단순한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다. 이 아이디어를 좋은 제품 콘셉트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신제품 마케터의 역할이다. 마케터가 얼마나 효과적인 제품 콘셉트를 개발하느냐에 따라 신제품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 한경닷컴에서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월요일 아침에 마케팅 콘텐츠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트렌드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 소위 괴롭힘 행위(harassment)에 대한 대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괴롭힘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고용노동부 진정 뿐만 아니라 언론 이슈, 근로감독, 정치권의 개입 등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줄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괴롭힘 행위가 발생하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이다. 사용자가 괴롭힘 등의 신고를 접수하거나 그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조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2항,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그런데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대응 매뉴얼(2020년 2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2020년 12월)'은 이른바 ‘약식조사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약식조사 절차는 피해자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행위자나 다른 참고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화해나 재발방지 약속 등 피해자가 원하는 방안으로 사안을 조속히 종결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당사자 의사를 존중하고 당사자간 해결을 우선한다는 취지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한 뒤 피해자가 정식의 조사 및 징계절차를 원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조정이나 합의로 사안을 종결하라는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고용노동부 매뉴얼 내용에도 불구하고, 약식조사 절차를 이행했다고 하여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용자의 지체 없는 조사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사용자가 괴롭힘 등의 신고를 받거나 인지한 경우 지체 없는 조사의무를 두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2항이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에서는 매뉴얼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과 같은 약식조사로 조사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취지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사용자가 조사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제재규정까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적인 효력이 없는 매뉴얼을 근거로 행위자에 대한 조사 없이 피해자만을 조사하고 조사를 종결하였다고 하여 법상 의무를 다하였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사용자의 지체 없는 조사의무를 두고 있는 취지는 괴롭힘 등의 사실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통해, 행위자를 징계하고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사용자의 의무를 다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조사의무의 핵심이라고 할 것인데, 특히 괴롭힘 등의 경우 피해자와 행위자의 진술 내용이 매우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행위자와 참고인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사용자가 괴롭힘 등의 발생 사실을 확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다.한편,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제40면에서는 이러한 약식조사 절차를 두는 취지에 대해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판단했다는 전제가 있다면 합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고려했다’라고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괴롭힘 사건의 특성상 회사에서 행위자에 대한 조사 없이 일방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판단하고 이를 행위자에 전달하면 실무적으로는 오히려 행위자의 반발을 사서 합의의 가능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아울러 괴롭힘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가 허위로 괴롭힘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경우에도 행위자에 대한 조사를 생략한다면 가해 행위자로 지목된 자의 법익이 부당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괴롭힘 등의 신고를 받거나 인지하였을 경우 고용노동부 매뉴얼을 근거로 단순히 피해자 조사에 그치는 경우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조사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따라서 기업 인사노무 실무자들은 고용노동부 매뉴얼에도 불구하고 괴롭힘 등의 신고를 받거나 인지하였을 경우, 피해자뿐 아니라 행위자와 참고인 등 귀사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범위의 모든 조사를 충분히 이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후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는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