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불닭 10주년 기념 틱톡 이벤트  /사진=삼양식품
2022년 불닭 10주년 기념 틱톡 이벤트 /사진=삼양식품
한국은 ‘라면 공화국’이다. 라면 시장 규모가 연 2조원이 넘는다. 최초의 라면은 1963년 삼양식품이 선보였다. 1975년 후발주자 농심이 추격에 나섰고, 1983년 팔도가, 1988년 오뚜기가 가세했다.

라면 시장 점유율은 농심이 53.4%로 가장 높고, 오뚜기 23.4%, 삼양식품 11.0%, 팔도 8.9% 등의 순이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2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라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란 히트 상품으로 ‘라면 원조’의 자존심을 살렸다. 2012년 4월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 내수 8000억원, 수출 1조7000억원으로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초기에는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꾸준히 마니아층을 확대하고 커리, 핵,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확장 제품들을 잇달아 성공시켜 ‘대세 라면’으로 자리잡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며 “이제 불닭볶음면은 한 번쯤 도전했거나 도전해봐야 하는 ‘K푸드’의 아이콘이 됐고, 매운맛 특유의 중독성으로 국내외 라면 시장에서 ‘파이’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식의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출시됐다. 2011년 초 김 부회장은 우연히 방문한 명동 매운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스트레스 풀린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강렬한 매운 맛도 라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찾아 직접 맛을 봤다. 또 세계 여러 국가의 다양한 고추를 연구하며 한국식의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몰두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매운맛을 찾기 위해 청양고추, 하바네로고추,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등 세계 여러 지역의 고추를 혼합해 최적의 소스 비율을 찾았다.

회사 관계자는 “위가 약한 연구원들은 매일 계속되는 매운맛 시식에 약을 복용하기도 할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전했다.

매운소스 2톤, 닭 1200마리를 투입해 약 1년간 연구개발한 끝에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월 7억~8억원 정도였는데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3달 만에 2배로 증가했다.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 유튜브 챌린지 동영상 100만개 넘어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면서 매운 맛을 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조합이 입소문을 탔다. 불닭볶음면과 스트링 치즈, 참치, 계란 등의 부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가 등장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다양하게 즐기는 소비자들을 보며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의 확장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불닭볶음면에 크림소스를 섞어먹으면 맛있다는 소비자들의 레시피에 착안해 2017년 12월 국내 한정판으로 출시한 까르보불닭볶음면은 3개월간 3600만개가 판매됐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2018년 5월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정식 제품으로 출시됐고 불닭볶음면과 함께 불닭브랜드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불닭볶음면과 후속 제품들이 연달아 히트를 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삼양식품 관계자는 “별다른 광고도 진행하지 않은 불닭볶음면이 빠르게 인기를 얻게 된 데는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주효했다”며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쉬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튜브에 ‘Fire Noodle Challenge’를 검색하면 100만개 이상의 영상이 검색될 정도로 불닭볶음면은 하나의 제품을 넘어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고 소개했다.
불닭시리즈  /사진=삼양식품
불닭시리즈 /사진=삼양식품

■ 해외 소비자 겨냥 맞춤형 제품 출시

삼양식품은 불닭브랜드의 인기가 유튜브에서의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도록 애썼다. 우선 수출 초기부터 KMF 할랄 인증을 획득해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살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서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2014년 KMF 할랄 인증에 이어 2017년 9월에는 인도네시아 MUI 할랄 인증을 받아 할랄푸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제품 개발을 통한 불닭브랜드의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매운맛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로 폭 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했다.

특히 각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한 현지 맞춤형 제품들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중국에선 현지의 대표 매운맛으로 통하는 ‘마라’를 활용한 ‘마라불닭볶음면’을, 미주지역에선 인기 핫소스 ‘하바네로’를 접목한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들을 겨냥한 ‘콘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불닭볶음면은 ‘강렬한 매운 맛을 라면에 적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 아이디어를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실제 제품으로 현실화시키기 위해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가 글로벌 히트라는 성과를 낳았다.

유튜브를 통해 소비자들의 매운 맛에 대한 ‘도전’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를 만들어낸 전략도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해외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형 제품 개발도 주목할만하다.

불닭볶음면은 아이디어가 생겼다면 그것을 발전시키는 열정과 그 열정을 뒷받침할 전략이 필수적이란 점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장경영 선임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매년 수많은 신제품이 시장에 출시된다. 이 중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성공하는 제품은 과연 몇 개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의 신제품은 성공은 커녕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한 채 시장에서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 좋아 보였던 신제품 아이디어는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어쩌면 애초부터 ‘제품 아이디어’만 좋았을 뿐 제대로 된 ‘제품 콘셉트’가 없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제품 콘셉트(product concept)”란 ‘소비자의 언어로 표현된 디테일한 버전의 제품 아이디어’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유에 타먹을 수 있는 가루 형태의 영양식’을 만들겠다는 신제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가정해보자. 이 아이디어만으로 제품이 될 수 있을까?

좋은 아이디어만 믿고 무작정 시장에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제품 콘셉트가 준비되지 않은 신제품은 맨손으로 전쟁터에 뛰어드는 군인과 다를 바 없다.

좋은 제품 콘셉트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1)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제품을 누가 소비할 것인가(who?), (2)우리 제품만이 전달할 수 있는 주요 혜택이 무엇인가(primary benefit?), (3)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언제 소비할까(when?), (4)우리 제품과 경쟁할 기존의 경쟁자는 누구일까(competitors?)

이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는 “좋은 제품 콘셉트”로 재탄생된다. 앞서 언급한 ‘우유에 타먹을 수 있는 가루 형태의 영양식’ 아이디어 역시 위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직장인이 아침식사 대신 빨리 먹을 수 있는 아침 음료” 콘셉트로 출시될 수도 있고, 혹은 “아이들이 오후에 기분 전환으로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스낵 음료” 콘셉트로 출시될 수도 있다. 어쩌면 “어르신들이 자기 전에 먹는 영양 보충 음료”라는 전혀 다른 콘셉트로 개발될 수도 있다.

불닭볶음면 역시 ‘강렬한 매운 맛을 가진 라면’이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다. 삼양식품은 이 아이디어에 매운맛에 대한 “도전”이라는 가치를 덧붙이고,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을 통해 “색다른 매운맛을 경험하는 재미”를 강조해 차별적인 제품 콘셉트를 완성했다. 바이럴 마케팅으로 K푸드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 역시 붉닭볶음면만의 제품 콘셉트를 강화하는데 일조했다고 판단된다.

이처럼 모든 신제품은 언제나 단순한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다. 이 아이디어를 좋은 제품 콘셉트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신제품 마케터의 역할이다. 마케터가 얼마나 효과적인 제품 콘셉트를 개발하느냐에 따라 신제품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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