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분쟁'과 관련해 주식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혐의로 기소된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은 3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 임직원 5명의 항소심 재판을 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작년 2월 1심 판단과 같은 결과다.
2021년 국제중재 판정에 이어 형사 소송을 통해 승기를 잡으려 했던 교보생명은 이번 2심 결과에 아쉬워하면서도 법원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교보생명 측은 “이번 재판 결과가 어피너티가 산출한 풋옵션 행사 가격이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면 어피너티 측은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풋옵션 행사 과정에서 제출한 안진의 평가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이번 무죄 판결로 신 회장이 처음부터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우리 측을 공격하였다는 비판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신 회장 VS 어피너티, 2018년부터 악연 시작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 간 풋옵션 분쟁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보생명 2대 주주이던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투자자금 마련 등을 위해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신 회장은 이때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피너티와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어피너티 컨소시엄을 백기사로 끌어들였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2년 9월 주당 24만5000원에 교보생명 지분 24%를 샀다. 교보생명은 3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신 회장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약정도 맺었다. 하지만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코스피 입성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어피너티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어피너티는 2018년 10월 교보생명에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주당 41만원의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했다. 교보생명은 매입가의 두배에 달하는 이 가격이 터무니없다며 어피너티의 풋옵션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어피너티는 2019년 3월 교보생명을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교보생명은 2020년 3월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하며 맞불을 놨다.
ICC “신 회장, 41만원 이행 필요 없어”
검찰은 2021년 1월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이 공모해 풋옵션의 공정시장가치를 부당하게 부풀린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같은 해 8월 ICC가 신창재 회장에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 어피너티가 주장한 41만원이란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피너티의 풋옵션 권리는 인정했다. 교보생명의 ‘판정승’이라는 게 당시 대체적인 평가였다.
교보생명은 기세를 몰아 2021년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IPO 절차를 재개했다. 하지만 사실상 불발됐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상장을 하려는 기업은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분쟁사건’이 없어야 한다. 작년 2월 1심 법원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교보생명 IPO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부적절한 공모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항소심 과정에서는 안진회계법인에 대해 ‘조치없음’ 결론을 내린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윤리조사심의위원회 판단의 적절성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한공회의 이 같은 판단은 1심 무죄 판결이 나오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심 공판 과정에서 한공회 심의위원은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의 공모 정황이 담긴 244개의 이메일 자료를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해 논란을 빚었다.
어차피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으니 최대한 가치(공정시장가치)를 높이자는 내용이 해당 이메일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항소심 결과가 1심과 달라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가치평가 업무는 그간의 판례에 의하면 기업이 작성한 회계 서류 등 전문적인 회계 지식과 경험에 기초해 주어진 정보로 다른 재무 지식을 동원해 판단하는 업무”라며 어피너티 측 손을 들어줬다.
교보 “판결과 무관하게 IPO 추진”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2심 결과에 대해 “유감스럽다”면서도 “부적절한 공모 혐의가 있음에도 증거가 다소 부족한 것이 반영된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재판결과가 41만원이라는 풋옵션 행사가격의 적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ICC에서 신 회장한이 41만원에 매수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고, 풋옵션 행사가격 논란은 이번 형사재판과 별개의 사안이라는 얘기다. 국제중재 판정 결과는 법원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어피너티 측은 2018년 말에 제시한 풋옵션 가격 41만원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 글로벌 긴축 등의 여파로 주요 생명보험사의 주가는 4년 전에 비해 최대 40%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생명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교보생명의 주가를 추정하면 15만~18만원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교보생명은 어피너티가 애당초 신 회장이 받아들이지 못할 41만원이라는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상고하면 이번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된다. 어피너티가 지난해 3월 ICC에 신청한 국제중재 2차 재판도 남아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교보생명 IPO 추진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교보생명은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IPO 및 주주 간 협상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너티 측의 법적분쟁 유발로 가장 객관적인 풋옵션 가격을 평가받을 수 있는 IPO 기회가 지연된 만큼 이제라도 주요 주주로서 적극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며 “회사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금융지주사 전환, IPO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787호 생글생글 커버스토리는 ‘가격’을 다뤘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경제원론적으로 설명했고, 가격이 너무 급하게 오르고 내릴 때 우리의 소비와 생산 활동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모든 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락하는 ‘발작 징후’를 보일 때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지, 시장에 맡겨둬야 하는지를 독자에게 물었다. 대입 전략은 서울대가 학과별로 어떤 과목 내신을 권장하는지 분석했다.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과 관련해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이 공인회계사법 위반 형사재판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업계의 관심은 다시 교보와 어피니티 간 국제상업회의소(ICC) 2차 국제중재 사건으로 쏠리고 있다. 형사 재판 판결이 민사 성격인 중개 결과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교보 측은 그러나 “2차 국제중재와 판결은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6일 교보생명 측은 입장문을 내 “지난 3일 형사재판 결과는 ICC가 다루는 민사적 분쟁, 즉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어피니티의 풋옵션 행사에 응할 의무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국제중재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2021년 9월 1차 중재 판정은 당시 형사재판 1심이 진행 중이던 어피니티와 안진회계법인 관련 당사자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결론 낸 것이어서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단이 나온 만큼 달라질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앞서 지난 3일 서울고법 형사1-1부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진회계법인 임원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풋옵션 가격 결정이 안진의 전문가적 판단 없이 어피니티의 일방적 지시로 이뤄졌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피니티 측은 판결 직후 “풋옵션 행사 과정에서 제출한 안진의 평가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주장했다.신 회장은 2012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피니티를 ‘백기사’로 끌어들였다.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약정에 포함됐다. 교보생명의 IPO가 이뤄지지 않자 2018년 10월 어피니티는 주당 40만9000원의 행사 가격을 산정해 요구했고, 이에 신 회장 측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반발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ICC 중재판정부는 1차 중재에서 신 회장이 어피너티 등과 맺은 풋옵션 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단, 어피니티 측이 주장한 가격으로 매수할 의무는 없다고 결정했다. 교보생명 측에 유리한 판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이후 어피니티 측은 작년 2월 법률대리인을 교체하고 신 회장에게 평가기관을 통해 산정한 공정시장가격(FMV) 평가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2차 중재를 신청했다. 교보생명은 “단심제 성격인 1차 중재 판정에 승복하지 않고 2차 중재를 신청한 것”이라며 “결국 1차 중재와 쟁점은 같다”고 설명했다.한 국제중재 전문가는 “이번 판결은 안진의 가격 산정과 관련한 위법 이슈를 잠재우는 데는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기존 중재 판정을 뒤집을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가격이 춤추고 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고, 국제 가스와 석유 가격이 급등·급락을 반복하고, 매우 낮았던 금리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햄버거·떡볶이·짜장면 같은 외식 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우리는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요동치는 ‘가격 발작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게 하는 가격 급변동은 지구촌 경제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말해줍니다.우리가 보는 것은 가격이라는 숫자지만 이 숫자 안에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답니다. 경제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가격이 하는 역할’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는 거죠.여러분은 혹시 ‘가격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지요?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 가격이 없다면 우리는 살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가스·아파트·햄버거·떡볶이·금·석유·비트코인 가격이 없는 세상 말이죠. 써도 써도 남아도는 풍족한 천국에서는 가능할지 모릅니다. 희소성이 존재하지 않으니 가격이 붙지 않을 겁니다.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격은 무엇을 얼마나 소비하고 생산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정보 덩어리입니다. 생산요소 가격과 생산물 가격을 보고 기업과 가계는 경제활동을 조절하죠. 가격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가격이 부리는 마술을 공부해 봅시다.매일 만나는 가격, 너는 도대체 누구니?가격 안에는 수많은 정보가 들어있어요우리가 매일 만나는 것 중 하나가 가격입니다. 버스·지하철을 탈 때도 가격, 군것질할 때도 가격, 참고서를 살 때도 가격을 접합니다. 우리는 가격을 상대로 ‘헤어질 결심’을 하기 어렵습니다. “가격, 너는 도대체 누구니?”[1]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요?경제학을 처음 배울 때 만나는 게 수요·공급 곡선입니다. 이 그래프는 가격(P)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움직이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x축과 y축이 만들어내는 2차원 공간에 그려진 수요곡선(D)과 공급곡선(S) 모양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정해진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이해가 만나는 지점이지요. 참고로 가격을 그래프로 처음 그려낸 사람이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1842~1924)이랍니다. 훌륭한 수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말로 하던 가격을 그래프로 휙휙 그려버렸죠.[2] 가격은 정보다?경제학을 조금 깊게 공부하면, 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곡선 몇 개로 나타낼 수 없을 만큼 많은 변수로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임금·소득·취향의 변화, 기술의 진보, 전쟁·천재지변, 새로운 기업과 기업가의 출현, 정치 격변, 인구 감소 같은 것들이죠. 어떤 것의 가격은 다른 것의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생산요소(예를 들어 철광석, 밀, 원유)의 가격은 이것을 이용해 만드는 생산물(TV, 수제비, 항공유)의 가격을 바꾼답니다. 우리가 늘 마시는 커피 가격에는 커피 산지의 임금, 수송비는 물론이고 수입할 때 들어가는 선적비, 카페에서 들어가는 임대료, 재료비, 가공비 등 수많은 원가가 포함돼 있어요. 각 단계에 붙은 작은 이윤도 가격에 들어 있죠. 가격은 정보 덩어리라고 해야 합니다.[3] 가격은 기업이 결정한다?가격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기업이 가격을 정해 과도한 이득을 취한다는 겁니다. 자유롭게 경쟁하는 시장이라면, 정부가 특정 기업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가격을 정하는 주체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입니다. 소비자가 왕이라는 뜻입니다. 한 기업이 이익을 많이 거두겠다고 가격을 높이면 단기적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시장에는 늘 경쟁하는 기업이 존재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 가격을 함부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좋은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에 예민한 소비자들이 생산물을 사주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손실을 볼 겁니다. 명품 같은 사치재도 기업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높이는 것 같지만, 이것 역시 비싼돈을 주고 살 능력이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거죠.[4] 가격은 코끼리를 춤추게 한다?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마스크 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습니다. 마스크 자체를 구하기 힘들었죠. 높아진 가격은 크고 작은 기업을 춤추게 했습니다. 마스크를 만들지 않았던 기업들도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었습니다. “얼른 만들어서 높은 가격에 팔자”는 인센티브가 작동한 거죠. 부족했던 마스크가 넘치기 시작했고, 가격은 빠르게 안정됐습니다. 정부가 높은 가격만 보고 가격을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랬다면 마스크 수급 불균형이 그토록 빨리 해소되지 않았을 수 있죠. 가격은 크고 작은 코끼리들을 춤추게 합니다.[5] 과도한 가격과 적정 가격은 존재하는가?가격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OO커피는 왜 다른 커피보다 훨씬 비싸게 받느냐는 거죠. 한마디로 왜 이득을 많이 취하느냐는 지적입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상인들의 과도한 이익을 맹렬하게 비판한 적이 있답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과도한 이익, 적정 이익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장에선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기업이 살아남습니다. 가격은 여러 얼굴을 가졌습니다.NIE 포인트1. 생산요소와 생산품, 서비스의 가격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정해질지 생각해보자.2. 앨프리드 마셜이라는 경제학자가 누구인지 찾아보자.3. 과도한 가격과 적정한 가격을 구분할 수 있는지를 토론해보자.'가격 발작' 보이는 금리·환율·석유·가스정부 개입해야 할까, 시장에 맡겨야 할까?최근 몇 년 동안 거의 모든 가격이 ‘발작 증세’를 보였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돈의 가격인 금리는 나라에 따라 3배 이상 뛰었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00~1400원대에서 널뛰었습니다. 6만달러를 웃돌던 비트코인은 2만달러대로 뚝 떨어져 3분의 1토막이 났고, 국제 가스와 원유 가격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하는 발작을 보였습니다. 물가(物價)도 마찬가지입니다.이런 발작적 가격 동향이 알려주는 신호는 하나입니다. 세계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죠. 가격 발작 증세는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습니다.[1] 광기와 탐욕의 가격가격은 종종 환상을 불러옵니다. “비트코인을 사면 대박을 터뜨리고 나는 금세 부자가 될 것”이라는 판타지는 언제나 달콤합니다. 대상이 조금 다릅니다만, 이런 판타지에 푹 빠졌다가 재산을 날려버린 물리학 천재도 있었습니다. 바로 만유인력을 발견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6)입니다. 뉴턴은 대항해 시대에 출범한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습니다. 미국 서부와 남미 일대 무역을 독점했던 남해회사의 주가는 1720년 여름부터 발작적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그해 첫달 200파운드 이하였던 주가는 7월 말 1000파운드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가격은 대중의 투자 광기(狂氣)를 불러왔습니다. 그중 한 명이 뉴턴이었습니다. 결론은 폭망. 그해 말 주가는 최고점 대비 5분의 1로 폭락했고 그제야 뉴턴은 깨달았습니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알 수 없구나(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people).” 이런 광기의 역사는 주기적으로 일어난다고 할 만큼 많았습니다.[2] 정부냐 시장이냐가격이 발작할 때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래도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논쟁은 경제학계의 단골 다툼거리입니다. 정부 개입을 옹호하는 측은 “인간은 탐욕에 노출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고, 기업과 개인은 공공선보다 사익을 추구하려 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나서 가격 조절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20세기 초 발생한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도 기업들의 탐욕이 빚은 결과였고, 이를 극복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한 케인스식 처방이었다는 겁니다. 정부 개입 지지자들은 시장실패를 말하기도 합니다. 시장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가격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거죠. 주택 가격이 폭등할 때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고, 기름값과 환율이 급등할 때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반대 측인 시장주의자들은 정부가 개입할수록 가격 회복이 더뎌진다고 맞섭니다. 예를 들어 집값과 임대료가 급등하는 이유는 주택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통제하면 주택사업자들이 집을 지어 공급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죠. 정부 개입은 집값만 더 올려놓을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정부가 개입하면 단기적으로 효과가 반짝 나타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안정에 더 치명적이라는 설명입니다.[3] 사회주의 가격 논쟁사회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체제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게 바로 가격 논쟁입니다. 자본주의는 시장 가격이라는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가만히 놔둬도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남아도는지가 자동적으로 조절되지만, 사회주의 체제에는 시장 가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것이 과소·과다 생산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주의 체제는 국가가 모든 생산요소를 할당하고 생산량을 결정하는 체제입니다. 반면 자본주의 체제는 국가 지시가 없어도 시장이 자원 배분과 생산량을 결정하는 체제입니다. 두 체제를 비교하면 가격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NIE 포인트1. 아이작 뉴턴과 남해주식회사 이야기를 찾아보자.2. 가격이 없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자.3. 가격이 오를 때 정부가 개입하는 게 옳은지를 두고 찬반으로 나뉘어 토론해보자.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