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뷰티 시장을 잡기 위한 e커머스 업체들의 경쟁이 뜨겁다. 옷을 파는 무신사, 신선식품의 강자 컬리, ‘e커머스 지존’ 쿠팡까지 앞다퉈 뛰어들었다.

플레이어는 늘었지만, 온라인 뷰티 시장은 아직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접어들지 못했다. 무주공산을 차지하기 위한 격전이 당분간 치열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지근한 온라인 뷰티 시장

"무주공산 온라인 뷰티시장 잡아라"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총 10조39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2조1734억원) 대비 14.6%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쇼핑이 일상화하면서 지난해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206조4916억원)이 10.4%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통계청이 집계하는 22개 세부 카테고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업계에선 이런 흐름이 소비자들 사이에 아직 ‘체험 후 구매’ 성향이 더 강하게 남아있는 화장품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샤넬, 입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가 온라인 유통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성장세가 더딘 이유로 지목된다. 최근 ‘뷰티컬리’를 선보이며 야심 차게 뷰티 시장에 뛰어든 컬리도 명품 화장품업체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후광’ 롯데온

백화점을 기반으로 한 e커머스 기업들은 ‘절대 강자’가 없는 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쇼핑의 e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이 그런 곳으로 꼽힌다.

롯데온은 그간 쿠팡엔 배송 속도에서 밀리고, 컬리엔 신선식품 품질에서 뒤처지면서 e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온라인 뷰티 시장에선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후광 효과를 누리며 주요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정식 입점시킨 게 성공 요인으로 지목된다. 롯데온의 뷰티 전문관 ‘온앤더뷰티’에 공식 브랜드관을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는 12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 4~12월 온앤더뷰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카카오·올리브영의 강세

카카오도 온라인 뷰티 시장의 숨은 강자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립스틱과 향수 등 10만원 이하 ‘스몰 럭셔리’ 화장품을 기념일에 주고받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명품 화장품 업체들도 카카오에 앞다퉈 입점하기 시작했다.

올리브영은 명품 브랜드 없이 자기 장기를 살려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강소 브랜드를 발굴해 가장 먼저 선보이는 게 올리브영의 특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소셜미디어 등에서 ‘유럽여행 가면 꼭 사야 할 화장품’으로 입소문 난 해외 중소 브랜드를 누구보다 빨리 국내에 유통하는 게 올리브영”이라며 “명품 화장품을 무기로 내세운 백화점 3사 e커머스와는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온라인 뷰티 시장을 점유해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